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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세나 아이가 활동을 재개하는 데에는 총 닷새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고민에 따른 행동치고는 지나치게 느렸다고 할 수도, 빨랐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히어로가 사라진 뒤에도 사고가 몇 개쯤 발생하였으므로 얼추 그쯤이면 빠른 수준 되시겠다.

 

히어로의 사망이 대서특필된 후 이사야 에르하르트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그래봤자 그들이 알고 있는 것도 히어로의 모습 뿐이겠으나─그의 미숙함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리가 없다며 분명 뒤에 무슨 일이 더 숨겨져 있을 거라고 웅성거렸으나 그래봤자 정부 산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찌 큰 뜻을 모아 한 개인을 위해 행동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흥미는 곧 사라졌고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시설 내부에는 껄끄러운 침묵만이 맴돌게 되었다.

 

그 직후 정부 요원들이 밀어닥쳤다. 요지는 이랬다, 사망한 히어로가 정부에 해악 끼칠 만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며 그의 남은 소지품과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인간관계까지도 싹싹 모아 조사를 해야겠단다. 대부분은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생각했겠으나 세나 아이는─아, 정부가 움직이기도 전에 죽어버린 히어로 때문에 경계하고 있나 보다. 정도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으니 이는 직전의 밤 이미 두 사람이 만나 수첩을 넘겨받았기 때문이다. 여하간 세나 아이도 정부의 불온 분자로 점찍혀 닷새 간의 집중 관리를 받아야만 했는데, 화장실이나 개인실을 제외하고는 항상 옆에 정부 요원 하나씩 붙어 지내야 했고 불시에 심문이 잡히기도 했던 것이다. 히어로가 당신에게 불온한 사상을 전파시키지 않았습니까? 아뇨, 저는 그와 별로 친하지 않았어요…. 거짓말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의 증언이 있습니다. 그건 히어로가 멋대로…! 여하간 요 닷새 동안 내내 정부 요원들에게 질질 끌려다니다시피 하면서 세나 아이의 머릿속에는 여러 고민이 스쳤고 결국 하나의 결론에 다다랐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히어로가 마냥 선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부 측 사람들보다는 이쪽이 더 낫겠다.

 

결론에 다다르는 데에는 커다란 이유가 필요하지는 않았다. 하나, 세나 아이는 본래 노앤드에 속한 사람으로서 어린 시절부터 그 종교의 교리를 따랐으니, 이는 바로 고통을 감내하라는 것이겠다. 해당 교리에 따라 세나 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고아인 자신을 핍박하는 다른 아이들의 괴롭힘도 감내해 왔으며 그에 따라 당연히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비틀린 사고가 심어졌다. 그런데 히어로를 보자, 그는 자신의 약점을 알아버렸으면서도 핍박하는 대신 되려 상냥하게 웃어주며 친절하게 대해줬다. 그리고 둘, 무엇보다 정부 요원들이 히어로를 지칭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 ‘그 놈’, ‘그 자식’, …뭐 그 외에도 기타 등등. 자신에게 친절함을 베푼 이를 아기오리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세나 아이의 입장에서는 달갑잖은 소리들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세나 아이는 이사야 에르하르트가 죽고 사흘쯤 되던 날 드디어 수첩을 펼쳐보았고,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을 전부 훑어볼 수 있었다.

 

보통은 시간이라는 게 연속성을 가진 채 흐른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상 시간 자체는 그 인과가 복잡하게 얽혀있으며 불연속적인 순간들이 모여 역사를 이룬다고 한다. 타임 트래블러는 그 시간의 불연속성을 활용하여 본래라면 들어갈 수 없는 시간대에 위치한 틈을 파고든다고 하는데… 요컨대, 시간과 시간 사이에 틈이 있으니 히어로는 그 ‘틈’에 숨어있을 계획을 세웠다고. 이후로는 그 ‘틈’을 찾아낼 수 있는 좌표에 대한 정보와 시간계 좌표 조정 장치를 다루는 방법, 마지막으로 씨드(SEED)에 관련한 간단한 개요까지 적혀 있었다. 여기까지 해석한 건 좋았으나, ‘틈’에 존재할 수 있는 기간은 일주일. 그 이상을 넘어가면 마치 체내에 들어온 이물질을 빼내듯 시간 또한 자신의 틈에서 이사야 에르하르트를 빼내어 무작위의 시간으로 튕겨낼 것이라 한다. 그리고, …이제 이틀 남았잖아!

 

닷새 간의 집중 조사가 끝난 후 세나 아이는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밤 늦은 시간 숙소 탈출을 감행했다. 목표는 시간계 좌표 조정 장치가 있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 출입하는 데에는 당연히 신분을 증명할 카드 키가 필요하지만 세나 아이가 이 연구소에서 먹은 짬밥이 얼만가, 그 정도는 당연히─이사야 에르하르트가 남겨 준 수첩의 기록에 따라 회피할 수 있었다. 조용히 열리는 문,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손잡이를 돌려 장치가 있는 곳까지 들어오고 조종간을 손에 쥐고 나서야 세나 아이는 이제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생각을 하고 만다. 여기까지 온 이상 히어로를 구해내고, 그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노앤드에서는 이사야 에르하르트의 사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세나 아이에게 이제 프로메테우스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는 글렀으니 네 임무도 거의 끝난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을 정도니.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행동은, 노앤드의 뜻에 반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나?

 

아니, 이런 고민 할 시간이 있어? 앞으로 이틀 후면 사람이 죽는다니까?

진짜 죽는지 아닌지 모르잖아. 그냥 시간 너머로 튕겨지는 것뿐이라고 하는데….

그게 그거지, 바보야! 영영 못 보게 될 거야.

그렇지만 노앤드에서 싫어할 거야….

 

머릿속에 세나 아이1, 세나 아이2, 세나 아이N…까지 여럿의 의견이 뒤엉킨다. 시간계 좌표 조정 장치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우측 하단의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고, 노앤드가 중요해? 그럼 뭐가 중요한데? 그 다음 바로 위에 있는 녹색 버튼을 누른 뒤 레버를 뒤로 한 번 쭉 빼내야 한다. 그 이후에는 수첩에 끼워져 있던 얇은 키의 버튼을 한 번 눌러 원형을 되찾도록, 키 버튼을 누르자 조금 두툼한 USB와 같은 형태가 된다. 이사야 에르하르트는 너 같은 애한테 잘 해 준 사람이잖아. 유일하게! 그게 뭐 어떻다고. 그 키를 조종간 정면의 화면 옆에 있는 작은 틈에 밀어넣으면 화면이 켜진다. 다시 보고 싶지 않아? 그래서는 안 되는걸, 노앤드에서 실망할 거야. 그리고 화면에 뜬 PRP001 HERO, ACCESS. 이제는 가고 싶은 시간을 조정하면 된다. 수동 모드와 자동 모드 중에서 수동 모드를 선택하고, 수첩에 적힌 좌표를 입력하면… 조, 조금 못되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다시 다정하게 굴어줬으면 좋겠어…. 다시 만나서? 응, 다시 만나서. 이제 출발할 준비는 다 되었다. 조종간을 한 칸 앞으로, 그리고 왼쪽으로 한 칸, 다시 앞으로 한 칸. 마지막으로 중앙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그는 곧 이사야 에르하르트가 숨어있는 시간의 틈 사이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그, 그래. 어차피 이건 내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러므로 그는 스스로에게 변명 한 자락을 남겨두고 마지막 남은 버튼을 누른다. 자신을 여기까지 불러들였으니 이제부터 당신과 나는 공범이다. ─그러니까 아무 문제 없이 무사히 숨어있기를 바란다는 바람은 살짝 등 뒤로 밀어둔 채 몸이 좌로, 좌로, 좌로, 끊임없이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세나 아이는 잠시 눈을 감았다. 직후 그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암흑이었다. 공간도 시간도 느껴지지 않는 곳. 덜컥 두려움이 몰려오는 미지, 그리고 무無의 공간. 비행선은 앞으로 나아가나 움직이지 않았고 시간은 흐르나 멈춰서 있었다. 무엇도 정의할 수 없을 것 같은 장소에서, 아이는 이사야를 불렀다.

 

“여기 있다면서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이사야….”

“아, 결국 찾으러 왔네?”

 

불가해한 마법이 시간의 틈을 지배하는 것처럼, 이사야가 그곳에 있었다. 아이는 눈을 크게 떴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요?”

“음, 네가 간절하게 내 이름을 부르기 전부터? 수첩을 펼쳐서 좌표가 맞는지 다시 확인하기 직전부터? 아니면, 눈을 질끈 감았을 그 쯤부터였던가… 잘 모르겠어. 아이도 느껴지지 않잖아? 그런 것들.”

 

실로 그러한 것이, 이 장소에서의 시간과 공간 감각이란 몹시도 희미한 바람에 아이는 이사야와 만난 시점이 대체 몇 분 전인지, 그와의 거리가 몇 미터 정도 되는지를 전혀 가늠하지 못했다. 이사야도 그러한 의미로 말한 것 같았다. 이사야가 속삭였다. 아이, 난 네 곁에 있어. 네가 날 찾으러 왔으니까. 그러니 여기서 벗어나자, 함께…. 아이는 그 목소리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레버를 당기고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자동 모드로 진입한다는 안내와 함께, 선체가 출발했다. 아니, 움직인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는 표시가 계기판을 채웠다. 어딘가로 끌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던 직전과 달리, 전신이 울리고 현기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꼭 커다란 관을 타고 바깥으로 흐르는 것처럼… 잠깐의 압력, 그 이후의 점멸.

 

─ 2809.11.19. 20:04, 궤도 진입 완료. 목적지를 재설정 바랍니다.

 

“그런데 말이야, 아이.”

“네?”

“왜 구하러 온 거야?”

 

점멸했던 선내등이 하나씩 켜질 시점, 이사야는 그에게 묻는다. 다시 현재, 아이가 이사야를 구하러 온 시점부터 몇 시간이 흐르지도 않은 시각이었다.

 

“그건…… 이유보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가 더 중요하지 않아요?”

“흠, 이건 나중에 듣기로 해야겠네. 지금 상황은 어때?”

 

아이의 설명이 이어졌다. 사람들은 히어로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인류에게 남은 불씨는 없다고 여긴다. 정부의 요원들이 여전히 조사를 하고 있다.

 

“… 이런 일이 벌어진 건 결국 프로젝트가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정부에서도 곧 프로젝트 폐기에 대한 사안을 현안으로 올릴 거예요. 그리고,”

“그리고?”

“이사야가 살아있다는 걸 알면 당신을 제거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거고요….”

 

그 쯤에 이사야가 웃는다. 아, 내가 죽는 게 싫어? 그렇게 묻는 낯에 심각함이라곤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아이가 안절부절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위, 위험하다니까요?”

“그럼 어쩔 수 없네. 해결 방법은 하나 뿐이지 않아, 아이?”

“아무래도 그렇겠어요….”

“돌아가서,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거지. 네가 잘 사수한 그 수첩을 이용해서 말이야.”

“그럴 수 있겠어요?”

“설마 못 미덥나?”

 

그럴리가요. 이전과 마찬가지로 히어로의 웃음소리가 선내를 울렸다.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졌다. 관제탑에 이륙 선언은 하고 나왔어? 아뇨. 이런, 그 감시망부터 피해야 하게 생겼는데. 네? 아하하, 걱정 마. 이런 대화들이. 목적지가 설정되었다. 시간의 틈을 넘어, 현재로. 그렇게 두 사람은 불씨를 들고 되돌아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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