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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눈앞이 점멸한다. 소위 말하는 안드로이드의 멸망이 다가온 걸지도 모른다. 그동안 긴 시간 동안 우주에서 빛의 흔적을 계속 좇았으니 빛을 사랑하는 자로서는 아름다운 죽음일지도 모른다. 이 우주에 아름답고 찬란한 빛이 영원하기를. 그리고 나의 소중한 빛이 온전하게 되어 많은 존재들에게 빛을 알려주기를. 조금 무리한 생각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믿고 있었으니 자연스럽게 드는 발상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유언으로 남기기에 꽤 멋진 말이 아닌가.

비로소 전원이 꺼지는 감각이 든다. 진정한 빛을 찾은 나의 임무는 성공했다. 적어도 내가 규정한 스스로의 목표는 달성했음이 틀림 없다. 만족했으니 이정도면 꽤 멋진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고, 미래에 만날 빛에게 자랑스럽게 자랑해도 괜찮을 것만 같았다. 꺼져가는 순간에도 빛을 바라봤다. 저 멀리 있을, 나의 찬란한 빛을.

 

지구시간 30년 하고도 2개월 20일. 나는 여전히….

 

여전히?

 

 

정신이 맞붙는 감각이 들었다. 어둡기만 하던 눈앞이 순식간에 밝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감각에 혼란스럽기도 잠시, 눈이 마주쳤다. 똑바로 나를 보고 있는 그 눈빛을.

 

온통 빛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 공간에서, 이질적으로 어둠을 닮은 존재. 검은 머리칼, 은하수를 담은 눈. 날카로운 눈매를 가졌지만, 조금. 벅찬 듯한 낯을 짓고 있는… 인간. 적어도 나에게는 이런 어둠의 요소를 가지고 있는 자가 빛으로 보였다.

빛이 있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정이 휘몰아쳤다. 그러나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전해져오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 공간에서는 더 이상 외로운 우주도, 왜소행성도, 위성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빛만이 가득해서 눈이 부시는 감각. 그토록 내가 좋아하던 빛의 감각이, 겨우내 손안에 잡혔다.

 

“돌아온 것을 축하해, 나의 빛.”

“…네, 다시 만나서 기뻐요. 나의 빛.”

 

 

종착지, 서로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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