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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러면 안 돼요.”

 

기이할 정도로 따스하게 느껴지는 손을 잡고, 이제는 정말 편안해지려는 참이었다. 문득 눈을 뜨니 꼿꼿한 태도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당신. 여전히 광활한 우주가 제 주변에 펼쳐있음에도 시야에 보이는 건 오로지 당신뿐이었다. 상황이 파악되지 않아 잠시간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내 입을 열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느냐고,

행복과 절망, 기쁨과 슬픔, 미련과 그리움이 전부 공존하는 듯한 낯. 쏟아지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시시각각 변화하는 표정이 저를 더욱 의문 하게 했다. 아니, 의문은 크게 존재하지 않겠지. 당신을 아는 저라면 무슨 말을 꺼낼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이미 예상할 수 있지 않던가. 당신은 빛, 그러니까… 너무도 찬란하게 빛나는 우주의 유일한 빛.

“…그러면 안 돼, 당신은 이곳에 머물면 안 되는 사람이에요.”

“왜?”

 

어차피 우주에 함께 도달한 몸이다. 그런 사실에 있어서 굳이 이 전제에 대한 부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돌아갈 방법은 없고, 미아가 되었으나 함께 살아갈 존재가 있음에 이런 부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은가. 꿋꿋한 의지를 가져 그 말에 고개를 젓고 싶었다.

 

“빛이잖아요. 그런 사람이 이곳에 있으면 안 돼. 당신은 다시 돌아가서 빛을 알려야 해.”

“…나는 이곳에 계속 있고 싶다고 생각해, 너랑.”

“……왜,”

“차라리 우주에 남아 파편이 되어 함께 빛이 되는 게 맞는 것 같으니까.”

“…….”

충동적으로 내뱉은 말은 형태가 뭉쳐져 목소리가 되자 점차 확고해졌다. 본래 거치지 않은 말은 후회하기 마련이지 않던가. 그러나 기이할 정도로 더욱 차분해지고 그게 정당한 말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이 선택은 딱히 어려운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러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지기 마련이지. 그러니 당신의 말을 유일하게 부정하고 싶었다. 이곳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치기 어린 욕심이 넘쳐흘렀다.

“나, 계속 상상했어요. 당신과 만나는 건 어떨까, 빛을 찾아내고, 같이 이에 대해서 말하고, 또 반짝임을 나누는 건 어떨까, 하고.”

“만났잖아, 이곳에서 만나서…”

“그렇지만 이렇게 이야기하고, 확실히 깨달았으니까.”

“뭐를?”

“당신은 빛이 맞고, 그 빛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걸,”

“…….”

“여기에서 외롭게 지내면 안 되는 사람. 훨씬 많은 빛을 품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에요, 당신은.”

“빛을…….”

“진정한 빛을 보여주세요, 아더.”

오직 저만이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 눈빛에는, 반짝임과 동시에 어떠한 확신까지 담겨있었다. 이렇게 큰 신뢰를, 믿음을, 빛을 지금까지 저가 바라본 적이 있던가. 차마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에는 응원이 있었으며, 당신을 향한 신뢰 또한 저가 갖고 있었으므로. 모든 것들이 빛을 알려주러 오라고 말하는데, 이 말에 차마 부정을 할 수 있을까. 욕심이 존재한다고 한들 한 안드로이드를 소중하게 여겨버리기 시작했으니 그것은 차마 불가능한 일이었다.

빛무리는 이어진다. 갈 길을 잃는다고 하더라도, 희망과 기적을 놓지 않은 자에게 길을 만들어준다. 빛이란 그런 것. 이 공허하고 외로운 우주에도 그런 것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곳에 길이 나타날 테니.

작동하지 않았던 우주선이 겨우내 움직이는 것만 같았다. 지구와의 통신이 연결된 요량인지 치직거리는 잡음이 들려왔다. 우주의 공간이 그대로 그려진다. 당신은 저를 보며 웃고 있었고, 우주는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속삭이고 있었다. 다시 돌아갈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듯한 신호. 그 신호에 차마 아니라고 부정하기 어려웠다. 이건 강제가 아닌 설득. 우주에서 피어난 기이한 인연으로 인해, 겨우내 찾게 된 현실. 진정한 도피처는 도망가는 길을 만들어주기보다, 가야 할 길을 알려준다.

“우주에 오래 있다 보니, 꽤 신기한 능력을 가진 모양이에요.”

“…너.”

“진짜 누구의 응원에 힘입어 빛이 된 걸지도 모르겠네.”

“나 역시.”

“응, 우주의 아름다움을, 긍정적인 가능성을, 그리고 빛을. 헤매지 않고 모두에게 보여주세요.”

“……루시.”

“응, 당신의 루시. 그리고 마침내 당신도 빛이 되는 거예요.”

“…….”

빛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 살아갈 원동력을 만들어주듯이, 사소한 행동이 앞으로 나아갈 힘을 만들어주듯이. 아주 우연으로 만들어진 인연이 앞으로의 삶을 약속하게 만드는 점까지. 인간과 우주의 삶은 그렇게 큰 사건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아있는 장소와 소통하는 시간, 그리고 들이마시는 숨이 모든 것의 개연성이 되는 것. 그러니 이 빛에 관한 사실 또한 우리에게 있어서 아주 당연한 것이라고.

“언젠가 함께 빛이 되어 다시 만나요, 아더. 나의 빛.”

“…응, 루시. 언젠가 다시 만나자. 나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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