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비행 물체
태상짱로 글커미션
코델리아는 보름달이 뜬 창을 지나 기숙사 출입문으로 향했다. 밝고 둥근 달은 이상하게도 아주 오랜만처럼 느껴졌다. 그 차가운 빛에 자신도 모르게 잠시 시선이 멈췄다.
에제키엘을 포함한 많은 마법사가 천체와 우주의 질서를 연구했듯이 코델리아는 마법적 관점을 더한 과학자의 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졸업 학년인 점을 이용해 최첨단 천체 망원경을 천문탑 꼭대기에 설치했고, 매일 밤하늘을 관측했다. 마법의 흔적을 관측하는 주문이 걸린 그 망원경은 지난 삶 코델리아가 개발한 우주 관측 마법의 정수 중 하나였다.
그래, 지난 삶이 있었다. 코델리아는 연구일지에 쓰여있는 자신의 미래, 아니 지난 삶이 발명한 마법 주문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불편했다. 미래가 있었다면 자신은 어째서 지금으로 돌아온 것인가, 라는 답을 모를 의문이 계속 머릿속을 어지럽힌 덕분이다. 그럼에도 결국 다시 연구일지를 펼친다. 실마리가 있다면 그 안에 있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우선 연구일지의 진위를 증명하기 위해 관측을 계속했다. 우주는 기록과 같게 흘러갔다. 아마 오늘 역시 연구일지대로 흘러가는 천체를 보게 될 터였다. 코델리아는 연구일지처럼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천체가 움직이기를 바라는 건지, ‘예외’가 있길 기대하는 건지 자신의 마음을 종잡을 수 없었다. 창밖의 보름달에서 시선을 돌렸다.
“오늘도 천문탑에 가는 거니?”
그때 누군가 뒤에서 말을 걸었다. 오로타 미로호바. 오로타는 코델리아에게 이상할 정도로 신경을 썼다. 코델리아는 친근하게 다가오는 그 오로타를 이해할 수 없었다. 대신 상대의 배려를 존중하기 위해 티를 내지는 않았다.
코델리아가 보기에 오로타는 누구보다 평범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지구에 어울리는 인간이었다. 그런 지구인이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은, 오로타의 평범함에 흠집을 냈다. 아니다. 코델리아는 제 생각을 부정했다. 동급생에게 말을 거는 것은 그것 자체로 평범한 일이다. 머릿속으로 빠른 공방을 마친 코델리아는 고개를 돌려 오로타에게 살짝 끄덕여 인사를 건넸다.
“매일 똑같다. 연구의 일환일 뿐이지.”
“코델리아는 우주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 다들 천문학이나 점성술은 어려워하는걸.”
“내가 남들과 달라서 그런 거군.”
자학적인 말이 아니었다. 사실을 말했을 뿐. 코델리아는 이 지구에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코델리아의 말에 오로타는 무척이나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라? 그런 뜻은 아니었어~”
“탓하는 말이 아니다. 그럼 나는 이만.”
더 늦어지면 하늘이 구름에 덮일 시간이었다. 조심해서 다녀와. 오로타가 의미심장한 인사를 건넸다. 늦은 시간이라 복도에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곧 허가받은 몇몇을 제외하면 통행이 아예 금지될 시간이었다. 코델리아는 천문탑을 오르면서 하루 종일 열 번도 더 읽었을 오늘의 연구일지 페이지를 펼쳤다.
“이번 달의 보름달은 한 해 중 가장 큰 날이다. 고도와 방위각은 11.5°, 81.9°로 예측값과 거의 유사하다. 낮은 동지점을 궤도로 공전하며 달은 사자궁의 1등성인 레귤러스 옆까지 파고든다. 점성술적으로 불의 기운과 자기 표현적 추진력이 강한 사자궁이 달과 가까이 있을 때의 에너지는….”
익숙하고 빼곡한 손글씨가 다음 페이지까지 이어졌다. 마법과 점성술, 그리고 천문학을 혼합한 연구는 소수의 마법사만이 시도한 방식이었다. 코델리아는 이를 이어받아 연구하며 달과 우주로 향할 미래를 그렸다. 이전의, 이 연구일지를 쓴 코델리아가 그랬을 것처럼.
“12시 30분, 곧 달이 최대 고도에 도달할 시간이군.”
코델리아는 마법 주문이 걸린 망원경에 지팡이를 휘둘러 가동했다. 마법적 흔적이나 영향을 관측하는 이 망원경을 보름에 사용하는 것은, ‘이번’ 연구에서는 처음이었다.
밝은 달의 빛에 가려진 레귤러스의 위치가 망원경의 좌표대 안에 붉게 표시되었다. 알기에바와 데네볼라, 조스마, 달빛에 가려진 사자궁의 별들이 하나씩 표시되고, 각각의 별들이 뿜어내는 미약한 마법의 힘이 관측되었다. 파장의 세기는 오차 범위 안이었다. ‘예외’는 없다. 코델리아는 관측 결과를 빠르게 연구일지에 기록해 나갔다.
“오늘도 이걸로 마무리...인가.”
코델리아는 연구일지를 덮었다. 그때, 아직 작동 중인 천체 망원경의 렌즈가 덜그럭거리며 초점을 스스로 바꾸었다. 그러고는 마법적 신호를 감지했다는 경고음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보는 날카로운 소리가 코델리아의 귀를 아프게 했다.
“이게 무슨….”
코델리아는 급히 망원경 렌즈에 눈을 가져다 댔다. 자동 조정된 망원경 렌즈 중심에 있는 것은 레귤러스였다. 달을 바로 옆에 두고 이렇게 밝아서는 안 될 레귤러스. 그리고 노란색 빛이 나서는 안 될 1등성.
“마법이다.”
우주에서 거대한 마법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구의 구름이 우주의 노란빛을 덮었다. 하지만 천체 망원경은 계속 경고음을 냈다. 코델리아조차 단번에 해석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마법 신호들이 렌즈를 어지럽혔다. 집중력을 잃지 않은 코델리아는 중요한 하나의 좌표를 찾아냈고, 곧바로 망원경의 마법을 해제한 뒤 천문탑 아래로 내달렸다.
“어라? 또 어딜 가는 거야?”
“오로타?”
천문탑 아래에는 오로타 미로호바가 있었다. 어째서? 아니, 의심할 때가 아니었다. 빨리 ‘미확인 비행 물체’의 예상 추락 지점으로 향해야 했다. 누구보다 먼저, 그 우주의 접근을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볼일이 있다. 급한 일이지. 방해하지 마라.”
“학교 밖으로?”
“그래.”
“그건 무단 외출이야.”
“......중요한 일이다.”
평생을 찾아온 것이다. 그래. 이번 생만이 아닌 다른 모든 생에 걸쳐…. 갑작스럽게 머리가 아파져 왔다. 머리를 부여잡고 허리를 숙인 코델리아를 오로타가 부축했다.
“몸이 안 좋은 거 같은데? 갈 거면 나랑 같이 가자. 날씨도 안 좋아.”
“어째서지…?”
“네가 생각하는 그 이유 때문이야.”
오로타 미로호바. 그에 대해 자신이, 코델리아가 아는 정보가 갑작스럽게 흘러넘치며 머리를 아프게 했다. 이것은 정말 자신의 기억인가, 착각인가, 아니면 현실인가. 코델리아는 이제 오로타와 겪을 미래를 알았다. 몇 번이고 읽은 연구일지의 다음 페이지처럼 선명하게 떠올랐다. 하지만 이건 이 지구에 속하지 못하는 코델리아만이 겪는 착각일지도 몰랐다. 그는 지구에서 한 걸음 더 멀어진다.
“가자. 약속했으니까.”
오로타가 말했다. 그는 코델리아가 향하는 목적지의 끝을 보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코델리아는 영리한 머리로 빠르게 정답을 도출해 냈다. 더 이상 머리가 아프지 않았다. 허리를 곧게 세웠다.
“그래. 함께 가지.”
둘은 밝은 보름달 아래에서 호그와트 앞 들판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순간이동 마법 제한 구역에서 벗어나는 순간, 코델리아는 급히 오로타의 손목을 잡아채고 마법 지팡이를 휘둘렀다. 오로타는 그 강한 힘에도 한 점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울렁이는 기운이 가시고 주변 공기의 냄새가 바뀌었다는 걸 느꼈을 때, 오로타는 눈을 떴다. 그리고 유감스러웠다. 넓게 뻗은 들판과 뺨을 스치는 바람, 그리고 스스로 움직이며 잡새들을 쫓는 허수아비의 모양새가 낯설지 않은 곳이었다. 여긴 분명 미로호바 일가가 숨어 사는 넓은 들판의 한구석이었다. 최근에 이 지역을 관리하지 않았는지 허리까지 오는 잡초들이 무성했다. 밝은 보름달이 이 모든 것을 비췄다. 코델리아는 주변을 보는 대신 그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분명 지난 미래에 두려워하게 되어 몇 년을 피해 왔을 그 보름달 뜬 하늘을…. 오로타는 코델리아의 옆모습을 보다가 말을 걸었다.
“‘여기’가 맞아, 코델리아?”
“그래. ‘미확인 비행 물체’는 이곳으로 착륙한다. 우주선에 마법의 흔적이 있어. 분명 마법사가 타고 있겠지."
"마법사가 우주에도 있다는 거야?"
"......마법의 흔적은 아주 오래전부터 지구 바깥에서도 발견되곤 했다."
오로타는 짧게 탄식했다. 그건, 우주 바깥 지성체가 존재한다는 증거나 다름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보다 의문스러운 부분은 따로 있었다. 왜 지구로, 그것도 이 미로호바 일가의 들판으로 오고 있는가이다.
"위험해질 소지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렇겠지? 아마 우리가 처음으로 만나는 거일 거야."
외계인을. 오로타는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소름이 돋았다. 어릴 적부터 통증에 대한 감각을 잃어 보통의 인간과 달랐던, 그리고 다른 취급을 받던 오로타에게 있어서 외계인의 존재는 자신이 지구인에 더 가깝다는 것을 증명해 줄 수단이다.
"증명해 내자, 코델리아. 네가 돌아갈 곳을 찾아내자."
그리고 이 지구에 속하지 못하는 친우가 돌아갈 곳이다.
물체가 내뿜는 노란빛이 점점 맨눈으로도 보일 정도로 커졌다. 둘은 지팡이를 휘둘러 시야를 왜곡하는 마법으로 우주선의 주변을 가렸다. 오로타와 코델리아 두 사람만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미확인 비행 물체를 기다렸다. 3미터 정도 크기의 타원형 입체 구조물이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로브 자락이 강한 바람에 펄럭였다. 매끄러운 은색 금속질 표면에 지팡이를 겨눈 두 마법사의 비장한 얼굴과 구조물이 일으킨 바람에 쓰러진 키 큰 잡초들이 비쳤다.
"일단 경계하도록."
"그래. 왜 온 건지를 모르니까."
오로타의 손은 살짝 떨리기 시작했지만 입은 미소 지었다. 인간이 아닌 것에 대해 알아간다는 것은 그와 반대로 인간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는 것이다. 이음새 하나 보이지 않던 매끄러운 금속 표면에 금이 갔다.
오로타는 17살의 지금으로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우연히 본 어떤 학생의 목걸이 펜던트 덕분이었다. 그 펜던트는 미래의 오로타, 전생,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지 모를 그 기억 속에서 오로타가 개발한 인공지능과 유사하게 생겼다. 저도 모르게 이름도 모르는 저학년 아이를 붙잡고 목걸이에 관해 묻던 오로타의 몸이 기울었다. 몸이 바닥에 강하게 부딪혔다. 다음날, 병동에서 퇴원한 오로타는 놀란 래번클로 저학년 아이에게 선물을 사다주며 자신의 무례를 사과했다. 어른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했다.
호그와트 내에는 눈에 익은 마법사와 마녀들이 몇 보였다. 10년 후까지도 인연, 또는 악연이 이어질 이들이. 그들과의 관계를 분명히 기억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굴었다.
"내게 친절해서 너에게 좋을 것이 없다, 미로호바."
"난 그렇게 재고 계산해서 너와 친구가 되려는 게 아닌걸? 그리고 걱정하지 마. 우리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라."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가장 가까운 상대는 같은 후플푸프 기숙사인 코델리아 블루밍이었다. 코델리아와는 거리를 두기가 어려웠다. 군중 속에 있으면서도 일순간씩 자신의 다름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 오로타는 본능적으로 코델리아를 눈으로 찾았다. 게다가 시간을 역행한 뒤로는 자신의 시간이 이곳에 속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자주 있었다. 주변의 모두와 다르게도.
그럴 때마다 코델리아가 필요했다. 이곳에 속하지 못하고 붕 떠 있는 그가. 그리고 그 친우는 지난 생에서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다시 한번 지구라는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 모습이 자꾸 눈에 밟혔다.
오로타는 어렵게 들여온 노트북 컴퓨터에 마법을 걸었다. 비마법사의 기술은 원래라면 호그와트 내에서 모두 먹통이 되지만 일부 학생들 사이에 퍼져 있는 이 마법은 그 제한을 푸는 데 제격이었다. 오로타는 자신의 기억보다 훨씬 구식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지난 생에 개발했던 인공지능을 일부 재현해 냈다. 아직 몇몇 기술들이 개발되지 않은 시절인지라 그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마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마법약 속에 뇌부터 척추까지 푹 담그고 몇 시간이고 자고 일어나자, 신경회로가 복제되었다. 오로타는 그걸 가공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적용했다. 그리고 호그와트와 상호작용할 방법을 찾아냈다.
"좋아. 이걸 내 방의 그림과 연결하면 바로 초상화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오로타는 익숙한 모양의 펜던트를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다정한 눈으로 바라봤다.
"이번에도 잘 부탁해, 코퓰러스."
의지만으로도 전할 수 있지만 입을 열어 인사했다. 코퓰러스가 반가움의 신호를 보내왔다.
코퓰러스는 앞으로 오로타와 깊이 엮이게 될 학생들을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했다. 오로타는 시간을 돌아온 사람이 자신 하나뿐이 아니란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이 평범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초상화들의 제보를 통해 하나둘씩 두통을 호소하고 기억을 찾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로타는 내심 안심하면서도 의아해졌다.
'그렇다면 시간을 역행하는 것은 보통의 인간인 건가?'
그것이 보통이라면 가장 지구의 인간과 먼 사람은 어떻지? 이제 남은 건 코델리아뿐이다.
"미로호바 군, 천문탑 쪽에 일이 있는 것 같아."
한 초상화가 코퓰러스를 통해 오로타에게 말을 걸어왔다. 도서관 구석에 숨어 시간 마법에 관한 금서를 읽던 오로타는 천문탑 향해 달렸다.
"두통이야?"
"아니, 달라. 하지만 보통 일은 아닌 거 같아."
무슨 일이지? 우선은 달렸다. 초상화들이 앞다투어 야간 순찰하는 수위의 위치를 알려왔다. 천문탑까지는 들키지 않고 도착했다. 그때 코델리아가 사색이 된 얼굴로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들판에 선 오로타는 코델리아의 얼굴을 돌아봤다. 천문탑 아래서 마주쳤을 때와 마찬가지로 새하얗게 질린 얼굴은 긴장으로 가득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오랜 시간을 기다린 기회니까. 구조물이 열렸다. 둘은 지팡이를 더 단단히 잡고 치켜세웠다. 연기 사이로 사람 형태의 인영이 보였다.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라."
코델리아가 낮은 목소리로 외쳤다. 외계인은 순순히 양손을 들고, 구조물 밖으로 아주 천천히, 천천히 걸어 나왔다. 코델리아와 오로타의 시선이 절로 따라 올라갔다. 미확인 비행 물체에서 나온 외계인은 어떻게 봐도 인간이었다. 인간의 피부와 인간의 두 손, 팔과 다리, 그리고 미소를 갖춘 얼굴. 낯선 형태의 의복을 입었으나 짧은 케이프는 마법사들이 즐겨 입는 로브의 변형으로 보였다. 허리춤에는 금속질로 보이는 마법 지팡이가 꽂혀 있었다. 다시 그것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봤다. 인간의 모습이었다. 다만 그 존재의 키는 2미터가 훌쩍 넘었다. 거인이나 그 혼혈이라기엔 인종적 특성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코델리아는 지팡이를 잡지 않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본능이 경고했다. '저것'은 결코 코델리아 자신의 동종이 아니다. 오로타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코델리아를 돌아봤다. 코델리아는 아무렇지 않으려 애썼다. 우주에 다른 종들이 살고 있다면 아직 가능성은 남아있다. 저 우주에, 코델리아가 돌아갈 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일단 결계를 부탁한다, 오로타. 이곳을 누군가 보면 곤란하다."
"응. 조심해."
코델리아는 그것으로부터 눈을 떼지 않았다.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코델리아를 내려다보는 그것은, 위화감을 주었다. 인간다운 표정으로, 인간답지 않았다.
"근데 이상해, 코델리아. 보통 인간은 자신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저렇게 웃지 않아."
인간 심리학에 정통한 오로타가 속삭였다. 그 말을 들었는지 그것의 표정이 사라졌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이런, 실수했네요. 그나저나 같은 말을 쓰는군요? 다행입니다. 이곳이 지구가 맞습니까?"
코델리아와 오로타는 둘 다 몇 초간 대답하지 않고 눈을 마주쳤다.
"그렇다."
코델리아가 침착하게 답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성공이군요."
"무엇이?"
"시간을 역행하는 것이요."
코델리아와 오로타가 동시에 흠칫 놀랐다. 그것은 굳이 둘의 반응을 지적하지 않고 자기 말을 이어갔다.
"지금이 몇 년도이죠? 당신들의 복장이나 주변 풍경을 보면 시작점보다도 더 멀리 온 것 같은데…."
“정보를 원한다면 먼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내놓도록 해라."
코델리아는 지팡이를 재차 겨누며 그것의 말을 끊었다. 그것은 고개를 까닥였다. 기분이 상한 듯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위협인가요?"
"위협은 네 존재 자체다."
"잠깐, 잠깐. 코델리아? 그것보다 물어볼 게 있지 않아?"
코델리아는 잠깐 망설였다. 저것은, 아니 아마 저것들은 인간일 것이다. 자신이 찾던 존재가 아니다. 오로타가 먼저 나섰다.
"너는 뭐야? 인간으로 보이는데, 혹시 우주의 다른 생명체를 만난 적은 없어?"
"다른 생명체요? 아, 외계인을 말하는 건가요?"
그것이 웃었다.
"흠…. 그대들은 천문학자인가요? 아, 그래서 이 우주선을 보기 위해 왔군요. 좋아요. 멋지네요."
"내 질문이 먼저야."
"아뇨, 대답할 필요 없을 거 같아요. 그대들이 굳이 알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것은 보이지 않는 속도로 지팡이를 꺼내 휘둘렀다. 코델리아는 몸을 날려 오로타를 밀쳐냈다. 오로타가 놀라 숨을 삼키며 몇 미터 밖으로 굴러갔다. 주문에 맞은 코델리아의 다리가 뒤틀려 몸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윽!"
일어날 수가 없었다. 고통을 참고 지팡이를 휘둘러 무장 해제 주문을 외웠다. 적의 지팡이가 오로타 쪽으로 날아갔다.
"왜 공격하는 거지?"
"목적 달성을 확인하고 나면 우선 목격자를 제거하는 것이 제 임무니까요."
"......! 도망쳐라, 오로타! 이 사실을 호그와트에 알려!"
"뭐?"
목격자 제거. 존재가 알려지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 곤란한 일이란 거다. 하지만 이 미터 거구의 그것은 지팡이가 손에서 날아갔음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진 코델리아를 향해 다가와 지팡이를 잡은 손을 걷어찼다. 손에서 지팡이가 날아갔다.
"코델리아!"
"큭…."
"…외계인 씨! 미안하지만 도망치는 건 내가 아니거든."
바닥을 굴러 흙투성이가 된 오로타가 다가오며 지팡이를 휘두르자, 그것이 뒤로 밀쳐져 날아가 우주선에 강하게 부딪혔다. 입에서 피를 토한 그것이 다시 달려 나왔다. 코델리아는 지팡이 곁으로 기어가 손에 쥐었고, 휘둘렀다. 다음 순간 그것의 두 다리가 뒤틀려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고통에 물든 그것의 표정이 보였다. 피가 튀고, 다리에서는 뼈와 살 대신 기계 부품이 튀어나왔다.
"…! 피해라, 오로타!"
하지만 다리가 망가진 채로 바닥에 쓰러진 그것은 포기하지 않았다. 손에 무언가를 쥐었다. 오로타는 피하지 못했다. 곧바로 무언가 날카로운 것, 아마 부서진 다리에서 나왔을 부품이 날아가 오로타의 배에 박혔다.
"어, 어라?"
오로타는 뒤늦게 몸의 위기를 눈치채고 배를 내려다봤다.
"뽑으면 안 된다. 과출혈로 위험해져!"
"그래…."
통증은 없으나 이물질이 몸을 관통하고 있는 촉감은 낯설었다. 하지만 의문이 더 생겼다. 오로타는 그것을 향해 빠르게 말을 뱉었다.
"너, 설마 인간이 아니야?"
"저는 인간입니다."
"아니, 보통 인간은 다리가 금속으로 되어있지 않아."
"저는 인간입니다."
그것이 고장난 것처럼 중얼거렸다. 코델리아의 마법이 자비 없이 그것의 상체를 파괴했다.
"으아아아악!! 아아!"
결코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처럼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오로타의 기분이 가라앉았다.
"저는…. 저는…. 인… 인간에 대한 위험 확인. 증거 인멸 시스템 가동."
그와 즉시 코퓰러스가 오로타에게 위험 신호를 보냈다. 우주선 쪽에서 어떠한 시스템이 가동되었다. 코퓰러스가 빠르게 정보를 가져왔다. 자동 폭파 시스템. 목표는 우주선을 포함한 반경 10km 내의 증거 인멸. 오로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미로호바 일가와 근처 비마법사 민가들이 포함되는 범위였다. 오로타는 피가 새어 나오는 배에서 신경을 돌리며 외쳤다.
"코델리아. 비상사태야. 우주선을 확인할게. 그것을 부탁해."
"저는… 인간입니다."
코델리아는 고통을 참으며 뒤틀린 다리의 모양을 맞췄다. 간신히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두 발을 딛고 일어선 그는 산산이 부서진 인간의 몸을 한 존재를 내려다봤다.
"대답해라. 인간이 아니면 뭐지? 너는 로봇의 몸을 한 외계인인가?"
그것은 눈을 돌려 코델리아와 눈을 마주쳤다. 코델리아의 목소리에서 한줄기 간절함을 읽어냈다.
"하하! 저 같은 것에게서 희망을 찾고 있네요. 어째서이죠?"
"나는... 다른 별을 찾고 있다."
"별 말이죠."
"......"
"2201년, 인간들은 별을 찾아 지구를 떠납니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태어났어요. 인간의 손에. 새로운 별을 탐험하기 위해서."
오로타는 허공에 떠오른 키보드에 빠르게 타이핑했다. 지구에서 사용하는 키보드 체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동 폭파 시스템은 4분 20초 후 가동될 예정이었다. 거대한 공중 디스플레이에서 초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오로타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때 디스플레이의 한구석에 있는 로고가 시선을 끌었다.
오로타가 만든 코퓰러스 모양의 로고였다.
우주선 시스템의 시각은, 2302년. 약 300년 후.
우주선의 착륙지로 지정된 미로호바 사유지.
그리고 고통과 생존본능을 가진, 마법을 사용하는 인공지능 로봇.
"......"
오로타는 직감했다. 이것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만들 미래였다. 먼 우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인간의 미래. 이것을 감히 막아도 되는가? 하지만 고개를 저어 마음을 다잡고 시스템을 종료시키는 데 집중했다. 지금 중요한 건 그의 주변을, 지금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다.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오로타 미로호바는 타인을 지키는 사람이니까. 이타심은 그가 가진 인간성이니까.
"하하…."
눈앞에서 부서진 인공지능 로봇의 필사적인 움직임을 떠올렸다. 자신에게서 박탈당했던 인간성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오로타는 조용히 웃으며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책임을 다했다.
"우주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오직 인간뿐이에요. 우주 중심의 중력은 닿지도 않는 저 우주 경계의 끝까지 가더라도, 깨달을 수 있는 건 ‘우리’가 유일하단 거예요."
"그럴 리가 없다. 인간이 짧은 시간 안에 우주 모든 곳에 가봤을 리가 없어."
"적어도 그대와 같은 몸과 마음을 가진, 그런 외계인은 없죠. 그대는 유일해요. 아, 그렇군요. 저 인간이 가진 '코퓰러스'를 통해 당신에 대한 정보가 들어와요. 이럴 수가. 당신은 정말…."
인공지능이 인간의 탈을 쓸 외계인을 연민했다. 코델리아는 뒷말을 듣지 않았다. 인간 공학 기술, 그리고 미래 인공지능의 결정체는 그렇게 한 외계인의 손에 사라진다.
"코델리아."
"오로타. 문제는 해결됐나?"
"응…. 저 녀석은 역시 인공지능이었던 거지?"
"그래."
"......"
"......상관없다. 내 목표는 달라지지 않는다."
위로의 단번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코델리아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에 안심했다. 오로타는 말을 돌렸다.
"......저 인공지능은 300년 후의 미래에서 왔어. 중력이 약한 곳은 시간의 흐름이 이곳과 다르지. 거기에 핵융합 에너지와 마법의 힘을 개입시켜서 시간 역행을 만들어낸 것 같아."
"그런 거였군. 저 우주에서 보이는 마법의 흔적. 그건 모두 미래의 인간 마법사들이로군."
마법은 그 자체로 물리적 규칙에서 벗어난 힘이다. 미래 우주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마법의 흔적은 마법의 힘으로 빛의 속도 이상으로 가속된 채 지구로 계속해서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우주는 생각보다 인간에게 맞는 환경이 아니었어. 그래서 돌아오려고 한 거야. 망가지기 전의 지구로."
이것조차 정해진 미래인가? 오로타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만든 코퓰러스는 언젠가 인간을 구하기 위해 우주로 보내고, 다시 인간을 구하기 위해 침략에 사용될까?
"그건…. 미래로부터의 공격인가."
"그런 거지.”
“시간의 인과관계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걸 어떻게 감당할 셈이지.”
“모르겠어. 무슨 생각이었을까? 아마도 그걸 우리가 막아내서 영원히 알 수 없게 된 거지.”
오로타는 잠시 고민했다. 지금, 미래에서 온 침략을 없앤 선택은 과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까? 답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지금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오로타의 역할이다. 혼란스러웠다.
“어라."
그때 오로타의 몸이 휘청였다. 빈혈이었다. 금속에 꿰뚫려 구멍 난 로브를 걷어보니 교복 셔츠가 거의 다 붉게 물들어 있었다. 상처도 심상치 않았다. 이 상태로 움직이는 건 오로타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역시 심각하군. 빨리 돌아가서 치료받아야 한다."
"그러네. 그런 거 같아. 네 다리는 어때?"
“최악이다.”
미래를 엿보고 미래로부터 현재를 구한 두 마법사는 서로의 몸에 기대어 섰다. 보름달이 지고 있었다. 몇 초 후, 그곳에 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