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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ADY FOR DEPARTURE.
― CLEARED FOR TAKE-OFF.
성간을 이동해 시간을 도약하는 비행의 통신에서 약간의 잡음이 섞여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관제탑과 비행정은 승인 선언을 끝으로 출발 준비를 마쳤다. 워프 기술이 발전한 이래로 지구는 수 차례의 대멸종을 맞이했으며 바다의 많은 곳을 소실했고, 결국 식물 종 전체가 멸절하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극소수의, 인공적인 공간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유지하는 식물 외의 모든 자연 번식이 불가한 상태를 맞이했다는 뜻이었다. 그 여파로 생태계는 아주 빠르게 붕괴했고, 지구에 존재하던 생물의 대다수가 멸종되었다. 지구 밖에서 본 지구는 더 이상 창백한 푸른 점이라 부르긴 어려울 지경이기도 했다.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는 이런 결론을 낸다. 과거로 되돌아가 현재의 해결책을 찾아내자.
그렇게 지구의 마지막 자원을 쏟아부어 프로젝트 하나가 시작되었고, 프로젝트의 성패에 인류의 지속 가능성 여부가 달려있는 그 이름을 프로메테우스라 명명했다. 이사야 에르하르트가 인류의 구원자이자 불씨를 가져다 줄 인물로 선정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데, 그는 이미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구하며 살아온 히어로였기 때문이었다. 그는 선두에서 나아가는 사람이었다. 비행선이 이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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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09.10.13. 21:00. CLOSE FLIGHT PLAN, THANK YOU AND GOOD DAY.
― PRP001 HERO, GOOD DAY.
이사야는 시간계 좌표 조정 장치의 레버를 놓았다. 드디어 다시 현재, 이사야는 과거로부터 가져온 모든 물건을 선반에 올려두었다. 여러 작물의 종자부터 생필품, 심지어는 무기까지… 또 며칠 후에 다시 과거를 항해하러 출항하게 될 것이었으나 오늘의 임무는 우선 여기까지였다. 안전 장치를 해제하고 보호구를 벗어두던 그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정부 산하의 요원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서 가져온 모든 물건은 정부측에 제출할 필요가 있으나, 과거에서 얻어온 지식은 꼭 그럴 필요가 없었다. 가령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 일하는 직원 하나의 인적 사항을 우연히 알게 된 일이라던가… 선체 내의 거울을 한 번 보고 매무새를 단장한 그는 걸음을 옮겼다. 요원들이 이착륙을 반복하는 시간역행 센터와 그곳에서 가져온 물건과 지식을 연구하는 연구소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이사야는 종종 비행이 끝난 날이면 연구소로 향해 사람들과 친분을 나누곤 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후배들에게는 선망의 눈길을, 선배들에게는 예쁨을 받길 택한 것에 가깝겠지만. 그렇다면 동기에겐 어떠할까? 소수의 인원만이 참가하는 프로젝트, 그 이전으로는 모두 연구원만이 있었고, 그 이후로도 단 세 명 만의 현장직 요원이 뽑혔으며, 이사야와 같은 해에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된 인원은 단 한 명 뿐이었으니, 모두가 그 연구원의 이름을 이아네스라고 알고 있었다. 이사야는 오늘 그를 만나기로 결정했다. 아마도 거절 당하지 않을 것이었다.
연구소를 가로지르는 길에 마주친 사람들은 예상처럼 이사야를 반가워했고, 이사야는 때론 예의 바르게, 혹은 다소 달콤하게 웃어보이며 사람들의 근황을 물었다. 건물 7층의 개인 연구실까지 올라가는 길에 마주친 연구소장의 식사 제의까지 거절하면서 복도를 건너 한 방문 앞으로 향했다. 생물 연구 제 3팀 연구원 이아네스. 정자로 직함과 이름이 나란히 쓰여있었고, 이사야는 세 번의 노크 후에 방문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 이아네스.”
“이, 이사야? 여긴 어쩐 일로,”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야 찾아올 수 있는 사이야?”
“그런…… 그렇지 않나요?”
접객용 테이블 한 편에 가득 쌓여있는 서류를 옆으로 밀어내고, 이사야는 그 곳에 걸터앉았다. 이아네스는 직전까지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지 분주하게 움직였고, 이사야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 눈이 마주칠 쯤에는 눈썹을 늘어뜨렸다. 의도적인 표정이었다.
“그렇게 말하면 섭섭한데, 이아네스. 아니… 세나 아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 그러세요? 그럼 앞으로는…… 네?!”
“네 이름 맞잖아, 아이. 세나 아이. 애너그램이라니, 숨길 생각도 별로 없는 거 아니었나? 알아봐달라고 시위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말이야?”
“그 이름을 어떻게…”
이사야는 가만히 웃어보였다. 그러니까, 이 워프 기술이라는 것이 꼭 몇백년 전의 과거만을 여행해야하는 것은 아닌지라, 인류의 구원이나 희망 따위를 밀어놓고도 이사야는 꼭 여행이라도 가는 것처럼 과거를 항해하곤 했는데, 이번에는 우연히도 20여년 전의 한 마을에 도착하게 된 것이었다. 이사야는 그곳에서 제 동기와 똑 닮은 어린아이 하나를 만났다. 겨울이면 어른 정강이까지 눈이 내리는 한 마을에서 그 아이는 어른의 보살핌도 없이 마을의 어귀에 앉아있었다. 착각하기 어려운 외형 탓에 이사야는 얼마 지나지도 않아 그 아이가 제 동기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아이에게 이름을 물어 ‘세나 아이’라는 이름까지도 알아내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상세한 사정을 그에게 이야기해 줄 생각이 없는 이사야는 여전히 평온한 낯으로 웃기만 했다. 그러다가 얼핏 위협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을 뱉는 것이다.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을 것 같아?”
“……”
“하나씩 짚어볼까? 네 본명이 세나 아이라는 것. 노앤드라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 처음부터 이 연구를 완벽한 성공으로 이끌 생각은 없었다는 것까지…”
아이의 얼굴이 희게 질렸다. 그는 무언가를 숨기는 데에는 영 재능이 없었다. 신분을 위장함에 있어서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지만 이러한 추궁에는 익숙지 않았던 까닭일 테다. 그러나 아이는 그대로 이사야의 이야기에 말려들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도 할 말이 있어요. 이사야, 당신은… 당신도 숨기는 게 있잖아요?”
“숨기는 것?”
“네, 보고서를 계속 받아온 저는 알고 있어요, 이사야도 지금 이 사태의 해결을 위해 아주 노력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요. 기록의 일부가 비어있었어요… 의도적으로 제하신 게 아니예요?”
아이는 긴장한 낯으로도 이야기를 이어갔고 이사야는 어깨를 으쓱였다.
“증거가 있어?”
“그, 그런 건 없지만… 합리적인 의심을 제기할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 같은데….”
“난 내일이라도 이륙해서 빈 부분을 채워넣고 세나 아이에 대한 정보 하나를 수집해오면 되는데?”
아이는 침묵했다. 그리고 눈을 굴렸다. 도대체 이 사람이 자신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알 수 없어서. 그 쯤이 되어서야 이사야는 다시 웃었다. 이아네스와 이야기를 나눌 때에 재미있다 여겨본 이력이 없는데, ‘세나 아이’와의 대화는 꽤 즐거운 양상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잔뜩 긴장한 모습이 가련하기도 하여…
“그러니 내 부탁 하나를 들어주는 일은 별로 어렵지도 않겠지?”
아이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부탁인데요?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 이런 이야기 끝에 이사야는 아이를 끌고 점심식사를 하러 나섰고, 이 이야기는 소소한 해프닝 정도로 취급되었다. 그때는 그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