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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에서 쿠당탕탕, 물건들이 쏟아지는 소리가 났다. 아론은 지레 놀라 욕실 문을 바라보았다가 녹스가 올 낌새가 없자 슬그머니 제가 떨어뜨린 물건들을 하나씩 주워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샴푸, 바디워시, 치약, ……. 다행히 망가진 것은 없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면서 한숨을 푹 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낙후된 별, 지구에 온 것도 벌써 3주가 지났다. 그동안 아론은 착한 지구인, 녹스 스카테이아의 집에서 신세를 지며 구명선의 통신 장비를 고치려고 애를 썼다. 손재주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집으로 돌아가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 물론 가출 아닌 가출로 집에서 나왔으니 돌아가면 할머님께 크게 혼날 테지만, 이런 낙후된 별에서 계속 지내는 것보다는 나았다.

 

“…응? 아니지, 그건 아닌가?”

 

아론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진다. 사실, 3주 동안의 생활은 정말로 편안했다. 아론이 이 지구로 떨어져 처음 만난 지구인은 정말로 친절하고 매너 있었다. 게다가 꽤 잘 사는지 아론에게 필요한 용품을 사주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듣기로는 형과 둘이 산다고 했는데 아론이 녹스의 집에 얹혀살기 시작한 후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급히 망가지는 우주선에서 탈출하느라 제대로 된 옷도 없는 아론에게 옷을 사준 것도 녹스였고, 포근한 잠자리를 제공한 것도 녹스였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의 다양한 문화도 체험 시켜주기도 했는데, 아론이 가장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은 지구의 식문화였다. 어찌 그리 맵고, 짠지. 아론은 그런 음식은 지구에 와서 처음 먹었는데 녹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입맛에 딱 맞아 단번에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떡볶이가 되었다. 막상 음식을 사준 녹스는 그런 음식은 전혀 먹질 못해서 골머리를 앓았지만.

“…으응? 생각해 보니까 고향보다 훨 나은데? 가출한 보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차고 넘치는 거 아니야?”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그가 중얼거렸다. 애초에 그의 계획은 1년 정도 외계 행성을 돌아보고 돌아가는 것이었다. 낙후된 별이라 해도 외계 행성은 외계 행성. 그가 있는 은하계와는 몇백 광년 떨어진 곳이다. 그의 계획이 일부나마 성공했다는 생각에 아론의 표정이 밝아진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욕실 문 앞에 깔린 발 매트에 두 발을 동시에 콩 내려놓는데, 어쩐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면….

 

“아론, 당신… 가출한 건가요?”

 

검은 머리카락의 상냥한 외계 친구인 녹스 스카테이아가….

 

“잠, 잠시만, 설명할 수 있어. 들어줘, 녹스 스카테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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