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종착지
지구 시간 19년하고도 9개월 1일. 나는 여전히 행성을 찾지 못했다.
1
나를 증명하고 나의 존재를 확신하게 해주는 매개체와 연결이 끊어진 이는 어떻게 될까. 갈 길을 잃어 어디도 가지 못한 채 머물러 있는 것. 스스로 존재하는 목적도, 갈피도 잃어 한 곳에 머물러 있는 왜소행성. 존재의 이유와 가야 하는 장소마저 잃은 행성은 그대로 밟을 땅도 존재하지 않아, 그대로 방치되고 만다. 어차피 이제 갈 길도 없으니까. 명령이 떨어지지 않아 목적지도 재탐색하지 못한 채, 우주에서의 스스로의 행성이 되고 만다. 그저 그렇게. 그대로 서서.
계속 꿈을 꾼다. 반복되는 꿈이다. 내용은 비슷하면서도 늘 바뀐다. 누군가가 나를 계속해서 부르는 꿈이었다. 어느 날은 기쁜 듯 신난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다가, 또 어느 날은 어쩐지 쓸쓸한 목소리로 기댈 곳을 찾듯, 그리움을 담은 목소리로 부르거나. 제일 기분이 싱숭생숭했던 건, 부르는 목소리에서 어쩐지 절박함이 느껴져 행선지도 잘 알지 못하면서도 금방이라도 달려가야 할 것만 같았던 날이었다. 주체도, 존재도. 특정되지 않는 목소리와 형태. 꿈의 끝은 늘 이 목소리를 찾으며 헤매이다가 깨고는 했다.
이 꿈을 왜 꾸는지, 계속 나타나는지 알 수 없다. 애초에 왜 이런 내용인지는 알 수 없는데, 왜 꾸는지 알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왜 꾸는지 이유라도 알면 조금 더 나을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병원에 가거나 상담을 해볼까 했지만 그닥 심각하지 않은 일이었기에 그저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도 일쑤였다. 꿈은 일어나면 금방 잊혀지는 게 아니었던가. 이상하게도 잠에서 깬 뒤에도 오래 잔존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잘 잊혀지지도 않았다. 단순한 꿈이라고 하기에는 도저히 그 감각이 생생했다. 그것이 특별함을 말해주는 것 같긴 했으나, 글쎄. 적어도 잊으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니 저에게도 있어서 어떤 의미를 준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 마지막은 꼭 그리운 감각이 들었으니 의미를 넘은 다른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이상한 감각에 휩싸인 채, 나는 그렇게 우주에 향할 준비를 했을지도 모른다.
뭐, 우주에 관련한 일에 종사하며 곧 우주에 나갈 일이 있으니 괜한 착각을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던 것도 같다.
“모멘트. 꽤 피곤해 보이는데?”
“아. 요즈음 통 잠을 설쳐서….”
“곧 출발인데 큰일이네. 아니면 그만큼 기대했다는 건가?”
“아하하. 그럴지도요. 컨디션 관리는 잘하겠습니다.”
하여간 빈말 못 한다니까. 출근을 하니 동료가 말을 걸어왔다. 최근 꿈 때문에 신경 쓰느라고 피곤함이 눈에 보였던 모양이다. 사실상 꿈을 꾸고 대부분 편안하고 안온한 감각이 듦에도 피곤함에 보이는 건 아무래도 이상한 감각이 드는 것 때문이었다. 여전히 그립고, 어딘가 가야 할 것만 같은. 누군가를 찾아야 할 것 같은 그 감각에 사로잡히면 다시 잠에 들지도 못한 채 감정을 곱씹게 된다. 그렇게 기억에 되새기고 되뇌이다가 날이 밝고 만다. 왜 그 꿈을 꾸면 안온한 감각이 드는지도 그 시간은 제 머릿속의 논쟁거리가 된다. 피곤함을 인정시켜야지. 지금은 그 꿈에 신경을 온전히 쏟으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니까, 며칠간 있던 고된 훈련은 곧 끝이 난다. 우주로 출발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반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훈련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움직인다거나 하는, 방송 따위에 자주 소개되는 그런 훈련. 인간은 우주에서 살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 아래 이루어진 각박한 생존 훈련은, 말 그대로의 극한 환경에서의 생존을 목적으로 했기에 마냥 쉽지는 않았다. 결국 지구도 우주에 있는 걸 텐데, 왜 인간은 우주에 살기 어려운 건지. 인간은 우주에서 기원했다는 말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꼴이다. 사실상 이 말마저 훈련에 지쳐 하는 푸념에 가깝긴 하다만.
아무튼, 곧 우주에 나간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한 번쯤 꿈꾸는 우주로 가는 것. 모든 의문이 백 퍼센트 풀리지 않은 미스테리한 장소의 탐사. 솔직히, 이런 우주에 대한 감상에 크게 공감하지 않는 편이었다. 우주 비행사는 다들 우주를 동경하거나 깊은 열망으로 된다고들 하던데, 저는 이쪽은 아니었으니까. 곧 우주에 나갈 처지에 있어서 이런 말 하는 게 어느 정도 문제의 소지가 될까. 정말 우주를 사랑하는 이가 이 사실을 안다면 엄청난 비판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엄연한 사실이다. 어릴 적에는 우주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커가면서 그 감정은 무뎌진 모양이다. 그 우주에 그리움을 느끼는 감각은 대체 무엇일까. 우주에 대한 엄청난 관심을 가지는 까닭은? 그저 나가야하고 임무를 받았기에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는 했지만 우주에 대한 애정을 묻는다면 적어도 저는 ‘그런 거 없다’고 말할 게 뻔했다. 그래도 훈련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는 조금 안심이다. 음, 그래. 우주에 나가면 매일매일이 훈련 상태와 비슷한 감각으로 남긴 하겠지만.
그도 그럴게 우주다. 어떤 곳인지는 대강 이야기 들은 바가 있어 알고 있지만 사실상 겪는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스스로 겪는 우주는 어떤 곳일까. 적응이 잘 되면 좋겠는데, 훈련이 있어도 잘 될지는 모를 일이다. 무엇을 하게 될까, 무엇을 보게 되려나. 하여간 발사 전이라 저 또한 감수성이 깊어진 모양이다. 아니면 그 꿈 때문에 이렇게 된 걸지도 모르고.
이 감수성이 제일 심각한 이유는 이거다. 지금껏 우주를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이상한 것, 왜 그렇게까지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잔뜩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린다. 우주는 새로운 곳이다. 연고도 없고, 가볼 시도조차 하지 않은, 온전한 미지의 장소. 그러나 그 장소를 돌아가야 할 곳이라고 칭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줍잖게 그리움 따위의 감각을 느끼고. 그렇게 스스로, 혼자.
그런 감각에 빠지거나 몇 번 또 꿈을 꾸다 보면 우주로 향할 날은 다가왔다. 우주 관리국 쪽의 점검과 우주 비행사의 확인은 마쳤고, 저 또한 스스로의 점검도 마쳤던 것 같다. 뭐, 겸사겸사 그 사이에 마음가짐도 점검했고. 크게 중요하게 한 건 없었다. 그저 평범하게 새로운 곳으로 향할 생각을 한 것뿐. 그나마 특징이라고 할만한 건 가족과의 시간을 보냈다 정도일까. 워낙에 걱정보다 기대감과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어 무난하게 마무리했던 것 같았다. 음, 그래. 솔직히 말하면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족들이 눈물 파티를 해 고생을 꽤나 했다. 그것도 마무리 잘 되었으니 되었던가. 아무튼, 나름대로의 ‘나’다운 준비를 마쳤던 것 같다. 그렇게 우주에 도달할 하루 전날. 꿈도 꾸지 않은 채 푹 잔 게 조금은 어색하기까지 했다. 그래도 그 덕에 컨디션이 좋은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우주선에 올라탔다.
모두가 열광하는 카운트다운. 무던한 듯하게 움직이는 나라도 아무래도 이 순간은 떨리기 마찬가지였다. 기나긴, 어쩌면 짧은 카운트다운이 막바지에 접어든다. 그래, 곧 우주로 출발한다는 이야기다. 5, 이미 의자에 기대고 있던 몸을 다시금 편하게 뉘인다. 편하게 기댄다고 해도 사실상 몸은 우주에 향하기 앞서서 무척이나 긴장하고 있지만. 4, 우주에 도달해 해야할 일을 천천히 정리한다. 그 짧은 새에 무슨 생각이 이렇게 오가는지 모르겠다. 이러나 저러나 해도 결국 제가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3, 도착해 일단 착륙하고, 탐사에 착수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어찌 되었든 간에 목적은 미지의 장소에 향한 정보 수집이었으니까. 제 나름대로 제일 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 그러니까 이 일을 저에게 맞긴 것이겠지. 이런 일에 있어서 신뢰를 받는 거야 기쁘긴 하지만 글쎄. 조금 부담감을 느끼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또한 여기까지 도달해서 생각하는 거야 다른 일이다. 정말 부담이 되었다면 이미 그만두고도 남았어야 한다. 1, 여러 생각이 오가다가 벌써 이만큼이나 되었다. 음, 가족들은 잘 지내겠지. 부모님이야 두 분께서 서로 잘 지낼거고. 랜시도 밝은 모습으로 있을테다. 그러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생각해야할 건. 0, 아마도 지금 내가 그리워 하고 있는 어떠한 우주의 존재. 아니, 이게 아니다. 왜 이 순간에 중요한 것들을 모두 제치고 이 생각이 났는지 모를 일이다. 혹시 그만큼 중요한 것이라면.
생각이 끝마치기도 전에 우주선은 출발했다. 대비는 마쳤고, 저는 꽤 익숙한 중력이 압박을 견뎌내고 있으니까. 아, 그래. 이건 이제부터 있을 어떠한 서사에 대비한 어떤 것이라고. 그렇게 느꼈던 것도 같았다. 난 우주로 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