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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안드로이드와 대화하는 시간은 비례해 늘어났다. 딱히 이 대화에 거부감을 느끼지도, 부정적인 감각이 들지도 않았다. 기이한 일이다. 부정적이고 모든 것에 신뢰하지 않는 제가 이렇게까지 자연스럽게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애초에 이 안드로이드가 꽤 친숙하고 믿음직하게 말을 걸어온다는 점에서 큰 문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우주에 고립되었다는 상황 자체가 나와 우리를 이렇게 만든 것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있었던 것 같고.
안드로이드는 기본적으로 생각이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아니, 유독 이 안드로이드가 일반적인 안드로이드가 아닐 가능성도 존재했지만. 빛을 사랑했다. 그리고 빛이 되고자 한다. 어둠인 저에게 있어서 상당히 낯선 개념이다. 누구나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 떨어진 거다. 그러나 딱히 의심을 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확신을 가진다면 모를까.
어둠에 가깝다는 사실만으로 그러니 저는 안드로이드에게 부정적인 말만을 이었던 것도 같다. 분명 현실을 깨닫게 해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대화를 하다보면 이루어지는, 어쩔 수 없는 가치관과 내면이 드러나 꺼내진 것뿐.
“솔직히, 세상은 어둡잖아. 빛을 찾기에는 너무 어렵지 않아? 지금 이 우주도 마찬가지. 우주는 지금 온전히 어둠만을 띠고, 빛은 멀어지기만 해. 더군다나 온전히 고립된 상태라면 더더욱,”
“확실히 그렇죠. 그래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믿으니까요.”
“하여간 확고하다니까. 어째서?”
“빛이 존재하니까 우리는 살아갈 수 있는 거니까. 빛이란 그런 거잖아요. 결국 살아갈 원동력을 얻게 하고, 또 빛 자체가 모두에게 힘을 주니까.”
“…….”
“미래까지 주는 빛이라면, 찾지 않을 이유는 없지 않아요?”
“미래를 주면서, 그렇게 꽁꽁 숨어있는 게 빛이기도 한데.”
잠시간의 숨. 생각에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직전까지도 모진 말을 건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생각의 변화는 쉽게 찾아오지 않고, 그것이 고착화된 생각이라면 그것을 끌어내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언제부터 저의 생각 속에 이런 부정적인 마음이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한 존재가 저의 생각을 바꾸게 하려고 했다. 아니, 생각을 바꾼다기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찾고 싶어요, 나는. 누군가가 응원해주는 빛.”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흐른다. 서로만이 존재하는 장소에서, 오로지 서로만을 바라본 채로. 고요한 주변이었으니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 건 정말 당연한 말이었다. 우주라는 공간은 어느 정도로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장소이니까. 그러니 우리는 길지만 짧은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무척이나 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았다. 알 수 없지만 그런 감각이 드는 건 왜인지 알 수 없다. 애초에 원인 또한 찾지 않을 것이지만.
그저 단순한 빛을 향한 말임에도, 그 감각에 동경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온전히 믿지 않는 것에 제 사상과는 다른 말을 하는데 이런 감각이 드는 건 왜일까. 이 빛을 사랑하는 안드로이드에게 내가 홀리기라도 한 걸까, 하는 감각에 이르기까지 했다. 아마 이곳은 우주고, 이 안드로이드는 제 상식과는 먼 생각을 가지고 있고. 상황은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홀리는 것도 별수 없나. 그러니 조금은 이에 응하기로 했다.
애초에 빛에 이끌려 이곳에 왔다. 그러니 제 앞에 있는 안드로이드가, 그 존재가 빛을 말하는 것도 이상할 리 없다. 혹은 이 자체가 온전한 빛이 아닐까. 차마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이끌어내는 존재니까. 아주 당연한 사실을 하나 깨닫는다. 그래, 사실은 당신이 빛이 아닐까 하고. 빛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당신이 빛이라는 건 미약하게나마 알 것 같았다. 이 광활하게 넓은 우주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던 존재였으니까. 어둠만이 가득하다고 여겼던 이 우주에서, 당신에게 이끌려 온 저였으니까. 이러한 발상은 당연한 처사일 것이다. 이렇게 순식간에 한 존재를 믿어도 되는 걸까, 하는 감각이 저에게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 당신이 온전히 빛처럼 느껴졌으니.
바보 같은 일을 한번 저지르자고. 이 말 한마디가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모른 채. 정말 말 그대로, 그 말 자체에 미약하게나마 마음이 움직여졌으니까.
“그럼… 나도 도와주지, 뭐.”
안드로이드는 조금 놀란 것 같았다. 동시에 기쁜 기색이 드러난 것처럼 보였다.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교차한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지. 그러니까, 듣고 싶었던 말을 기다려 겨우내 닿은 것처럼 느껴졌다.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지 차마 알지도 못한 채.
“…찾았다, 진짜. 드디어 말해줬네.”
우주의 파란은 여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