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어나서 움직이기로 했걸랑?”
“기억은-…하고 있단다.”
잔소리하며 손을 뻗는 건 인간, 그런 인간의 잔소리에 몸을 더욱 늘어트리는 건 안드로이드. 기묘한 동거의 시작은 제법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안구가 깨져 시야로 보이는 풍경이 4개가 되었다 5개가 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제법 연식이 된 프로그램 ‘MIRO’는 자신의 운명에 순응했다. 순응이라 표현하기엔 그저 프로그래밍 되어 있던 대로 그다음을 알고 폐기 수순을 기다리고 있던 것뿐이었지만. 여려니는 배터리의 잔량이 다 되어 프로그램이 종료되기 직전 보게 된 아이였다.
“너, 로봇이야?”
데이터상으론 16살 정도 되어 보이는 흑발의 아이는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옆에서 나타났다. 발소리를 인지하지 못하여 프로그램을 확인한 결과 오른쪽 귀 역시 손실되어 듣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상대는 오른쪽에서 나타났으니 당연한 이유였기에 안드로이드는 확인은 하되 수리를 요청하진 않았다. 자신은 폐기된 안드로이드였으니까.
“엉망인데 말은 가능해?”
“인간이 오기 위험한 장소이니 자리를 이탈해 주세요.”
“말하네?”
우측 상단에 붉은 표시등이 점멸했다.
“배터리가 전부 소진되어 작동을 중단합니다.”
안드로이드의 목소리는 그렇게 끊겼다.
“내가 진짜 열심히 고쳤다니까?”
더 이상 작동해선 안 될 안드로이드가 다시 눈을 뜨게 된 건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였다. 깨졌던 안구는 교체되었는지 시야가 하나로 보였다. 오른쪽에서 들리는 새소리나, 왼쪽 뒤편에서 들리는 흥얼거리는 목소리도 제대로 들리는 걸 봐선 새로운 귀 역시 생긴 것 같았다. 안드로이드는 제 몸을 점검하는 프로그램을 돌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손상이 완벽하진 않아도 일정 부분 수리되어 있었다. 붉게 경고등이 켜졌던 것들이 노란 주의 등으로 바뀐 정도였지만 운신에 문제가 있진 않으니, 몸을 일으켰다. 작은 방이었다. 방 안에는 전부 기계를 수리할 때 사용하는 도구들이 있고, 문이 보였다. 확인을 위해 문을 열자 작은 집 내부가 보였다. 주방과 거실을 하나로 쓰는 공간에는 쫓겨난 것 같은 이부자리가 널브러져 있었다.
주변을 확인 후 고개를 돌려 저보다 작은 남자애를 바라보자, 그는 안드로이드가 움직이는 게 퍽이나 뿌듯한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름은?”
“여려니! 안드로이드인데 예의가 바르구나?”
“여려니, 새로운 주인을 등록하였습니다.”
안드로이드는 기본적으로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시스템대로 읊었을 뿐인데 그는 크게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가 금세 다시 기운을 차렸다. 무언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프로그래밍을 돌리며 주인에게 해줘야 하는 매뉴얼을 확인하느라 바빠 듣지 못했다.
우리의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엔 그래도 제법 평범한 안드로이드와 인간 같았다. 요리를 해주고, 청소를 해주면 여려니는 그런 걸 시키려고 데려온 게 아니라며 잔소리했지만, 안드로이드로써 당연한 기능이었다. 밖으로 나가면 기본 호신술을 할 줄 알아 경호원 역시 가능했다. 신식 안드로이드에 비하면 약해서 실제로 붙으면 네가 다칠 거라는 말에 MIRO는 자신은 안드로이드라 고장 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고 답하고서 여려니에게 1시간 정도의 긴 잔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런 날이 이어지다 보니 MIRO는 탑재된 호신술 업데이트보단 조리 방식에 관한 내용 업데이트를 주로 했다. 청소하는 법도. 여려니는 자주 기계를 만졌고 때때로 실패해 불을 내기도, 연기로 자신의 작은 방을 가득 채우기도 했으니 청소하는 법은 필수였다. 그러며 그의 패턴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잠에 빠지면 일어나지 못하고, 굉장히 활동적이라 하루에 한 번은 산책하러 나가는 강아지처럼 나가야 한다는 것과 같은 것들이 알아낸 것들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MIRO는 아무리 수리했다지만 여전히 노란 주의 등을 켜고 있는 안드로이드라 항상 절전모드를 켜고 다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
“인간도 아니면서 이렇게 게을러지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절전모드 안드로이드는 게으른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단다.”
몸을 느릿느릿 일으키면 척하니 다가와서 등 뒤에 매달리는 걸 업고서 밖으로 나섰다. 전엔 혼자서도 잘 걷는다고 자랑하더니 이젠 오히려 말하지 않아도 업히려 들었다. 균형 감각 기능도 부실한 편이라 인간처럼 몇 번 휘청이고서야 자세를 잡으면 뭐가 마음에 드는지 귓가에서 웃음소리가 들리곤 했다. 안드로이드는 그가 무얼 좋아하는지 하나둘 파악하고 있었다. 밤보단 낮을, 정적보단 소음을, 멍때리기보단 자신을 구경하는 것, 로봇다운 말투보다 좀 더 정감 가는 말투를. 몇 달 함께하면서 안드로이드답게 말하면 실망하는 기색이 많아 말투도 제법 인간다운 말투로 바뀐 지 오래였다. 가끔 나오는 길게 끌리는 말은 오류였지만 여려니는 그게 특색이 있다며 오히려 마음에 들어 해 수리하지 않았다.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라기엔 생활은 인간과 비슷했다. 아침, 점심, 저녁 요리를 준비하고 잠든 그의 옆에서 목을 통해 충전하며 전원을 끄는 삶. 일상의 변화가 찾아온 건 그로부터 몇 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시작은 점검 중에 발견한 경고등. 그리고 부품명을 본 순간 직감했다.
“수리해도-… 무리란다.”
절전모드와 오류가 섞여 말이 늘어지는 안드로이드는 덤덤하게 자신의 상태를 고해했다. 주황색과 붉은색 경고등이 번갈아 가며 뜨던 안구 하나가 결국 아예 생을 마감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안구는 생산이 중단된 지 오래였다. 안드로이드도 결국 기계. 모든 기계는 수명이 있다. 교체할 부품이 새로 생산되고 있는가, 출시되고 있는 부품이 안드로이드와 호환이 가능한가. 그리고 여려니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미로의 답은 ‘호환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슬아슬하게 호환되던 것도 더는 존재치 않게 되었다. 마치 오래된 핸드폰 충전기처럼. 존재했음이 분명하나 수명이 끝난 기계의 말로는 당연했다. 거기다 처음 만났을 때라도 고장 나지 않은 상태였다면 모를까. 그는 여려니가 쓰레기장을 아무리 뒤진다고 한들 나올 수 있는 것엔 한계가 있었다. 그는 담담하게 자신의 수명을 선고했다.
“절전모드 상태로 버틴다면 지금의 2배 정돈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할 수 있는 부위가 적어지고 종래엔 움직이지 못할 거란다.”
“그래도 좀 더 오래 같이할 수 있잖아?”
그걸 원하지? 안드로이드 ‘MIRO’는 이제 그가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표정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확인받는 사람처럼 들어오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안드로이드는 마음이 존재하지 않아서 그렇게 질문한다고 한들 원하는 대답할 수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하였는데 그는 또 그렇게 물었기에. 프로그래밍이 된 자기 머리가 대답하면 그가 슬퍼하리란 걸 예감했기에. 안드로이드가 예감이란 단어를 써도 되는가는 알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결론에 뻗어진 손이 그의 이마에 딱밤을 놓았다.
“마음대로 생각하렴.”
그렇게 두 사람의 초읽기가 시작되었다.
인간을 대신해서 일해야 하는 안드로이드임에도 돈을 벌러 나가는 건 여려니였다. 그 틈엔 언제나 몸을 절전 최고 단계로 둔 채로 있다가 그가 돌아오면 잠시 몸을 움직였다. 그래도 요리는 계속 그가 할 수 있을 듯하였으나 이 역시 천천히 할 수 없었다. 물이 방수가 벗겨진 손가락 사이로 들어가 고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이상 0에 수렴하지 않는 탓이었다. 거기다가 실수하지 않는 게 안드로이드라 자신 있게 말했었던 과거가 무색하게 지금의 그는 언제 실수할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보이지 않는 한쪽 눈의 시력을 어찌저찌 복원시켜 봤지만, 간헐적으로 꺼져버리는 탓에 균형감각도 무너지곤 했다. 순간적으로 멈추는 팔도 한몫했다.
“영-…쓸모가 없구나.”
“애초에 네 쓸모는 나랑 대화하는 거였다니까?”
요 입! 입! 여려니가 미로의 입을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내리쳤지만, 절전모드 상태인 탓에 통각도 느껴지지 않아 안드로이드 미로는 가만히 손길을 받기만 했다. 기분이 풀리거나, 오히려 왜 피하지 않느냐는 핀잔이 나올 때까지. 하루는 길지만 일주일은 생각보다 짧고, 한 달은 더더욱 짧다. 그렇다면 1년이란 시간은, 5년이란 시간은 또 얼마나 짧을까. 미로가 눈을 뜨자 시야가 흐릿했다. 손이 하나 움직이는 것 외에는 더 이상 기름칠로도 삐걱거리는 소릴 숨길 수 없었다. 그 사이, 자신을 데려왔던 사내는 나이를 먹었다. 평생 한 모습에서 변화가 없는 것과 다르게 그는 젖살이 빠지며 어른스러움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엄청나게 나이를 먹은 건 아니라 여전히 젊었지만. 문득 자신이 만들어질 때 20대 중반의 육체를 본떠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라는 걸 떠올린 그가 가만히 여려니를 바라봤다. 저보단 작지만, 벌어진 어깨는 조금 더 넓었고, 기계를 만지느라 팔은 군살이 없었다. 뱃살은 약간 있다며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지만, 안드로이드에게 그 정도 스캔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비밀이지만.
“많이 컸구나.”
“하나도 안 자랐다고 돌려 말하는 거야?”
투덜대는 목소리는 예전 그대로구나. 하고 한 마디 덧붙이자, 그가 부루퉁한 얼굴을 해 보였다. 시야는 무사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그가 가져온 휠체어에 몸을 옮겼다. 정확히는 휠체어가 알아서 그를 데리고 갔다는 게 맞는 표현이었으리라. 어디선가 주워 왔던 이 기계는 알아서 인간을 옮기는 기능이 탑재되어있다고 했다. 덕분에 무거운 몸도 생각보다 가볍게 들려서 그가 끄는 대로 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둘이 가는 곳이라고 해봤자 산책로가 전부였지만. 미로는 자신의 배터리 잔량을 확인했다. 오른쪽 상단 시야에 보이는 배터리는 붉은색을 띠며 반짝거리고 있었다. 벌써 이 화면을 본 지 3일이나 지났음에도 아직 움직이고 있는 건 기적에 가까웠다. 그러나 미로는 안다. 오늘, 바로 5분 뒤가 자신의 마지막임을.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여려니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재잘거리고 있었다. 오늘의 햇살, 온도, 바람. 그런 이야기를 하는 그 역시 이미 오늘이 마지막임을 알 테다. 3일 전의 마지막 통보를 그가 제대로 이해하였다면.
“인간은 아니지만-…”
“아쉽긴 하구나.”
걸음이 우뚝 멈추어 선다. 시야엔 푸른 새가 보여왔다. 파랑새. 처음 그를 봤을 때 그의 등 뒤가 푸르렀던 것이 떠올랐다. 기억이 떠오른다는 게 안드로이드에게 어울리지 않는 표현임을 알고 있음에도 미로는 자기 생각을 정정하지 않았다. 이상해진 건 그를 만난 뒤의 모든 나날이라 더 이상 이상하다고 표현이 아닌 ‘일상’이란 단어나 ‘당연한 것’이라 정의를 내려야 하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걸 알면서도 참 오랜 시간 부정해 왔다고 자조하며 미로는 오류를 지적하는 프로그램을 따르지 않은 채 생각을 이었다. 처음 만나던 때 시야에 갑자기 나타났던 다섯 개의 머리, 손을 눈앞에 휘휘 저어 보이던 모습. 다시 눈을 뜨고 마주한 모습이나, 그가 웃던 모습까지도. 노이즈가 낀 청각이 결국 끊어진 듯 뚝, 소리가 났다. 파랑새가 제 손가락에 앉았지만,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작고 호기심이 많아 보이는 게 참 너를 닮았다 싶어서 이제 곧 혼자가 될 네게 온 선물이길 바랐다. 그가 무언가 외쳤지만, 청각은 역시나 고장 나 아쉽게도 들을 수 없었다. 대신 네게 남겨야 하는 말을 읊는다. 이 말을 네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길 바라며.
“-…행복-…하렴.”
사랑의 또 다른 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