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EN
w. 별은, 다목
*본 글은 해리포터 자캐 커뮤니티 “AION”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커뮤니티 스토리 엔딩까지의 설정은 공유하나, 호그와트에서 헤어진 이후 캐릭터들이 테라포밍 및 자원 추출을 목적으로 협업, 이후 우주로 나간다는 독자적인 설정을 붙여 if 세계를 구현하였음을 참고해 주세요.
검은 호수는 이 순간에도 잠잠했다.
코델리아는 호수 위로 드리워진 선착장에 서서 호그와트를 바라봤다. 어둑한 그림자로 변한 성채 위로 거대한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머글들의 환경오염이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스코틀랜드의 밤하늘은 나이 든 마법사의 은색 수염만큼 반짝인다. 셀 수 없는 별들이 그곳에 있었다. 환한 만월 옆에서 빛을 잃지도 않고.
눈에 보이는 각 별들의 이름과 그것과 관련된 지식을 떠올리며, 그 별들 사이에 지금껏 수십 년을 찾아 헤매온 ‘고향 별’이 있을지 셈해보다가, 기묘할 정도로 익숙한 풍경-비록 여러 번 발생한 크리쳐와 마법사들 간의 전투로 곳곳이 파괴되어 있었지만-으로 시선을 돌렸다. 익숙한 몸짓이었다. 수년을, 회귀 전 7년과 회귀 후 1년을 합쳐 8년을 다닌 학교였고, 학창 시절 내내 이곳을 찾았었기에.
코델리아가 제 목숨처럼 아끼던 우주비행사 헬멧이 ‘정의’를 외치는 철없는 그리핀도르, 후플푸프 학생들에 의해 가라앉은 곳도 이 호수 밑바닥이었다. 코델리아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허리를 숙여 검은 물결을 들여다봤다. 이것도 늘 해왔던 익숙한 몸짓. 그러나 역시, 오늘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런 역사적인 순간에서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시간을 돌리지 않기로 했기에, 이 호수의 물이 헬멧을 뱉어내는 일도 벌어지지 않을 테지.
‘어쩌면 그것을 원했던가…’ 코델리아는 자문했다.
그때, 먼 곳에서 마법사들이 떠드는 소리, 걸어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코델리아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들은 다른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기척을 냈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에 본 얼굴들이었다. 저번 생, 그러니까 10년의 세월을 되돌아와 17살의 호그와트 학생의 시절로 다시 눈을 뜨기 전에 죽은 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코델리아는 그에 사감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그런 이들은 정말로 시계가 뒤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중요한 지표였으니, 곧잘 눈여겨보곤 했다. 오로타 미로호바에게 눈길이 갔던 것은 다른 이유였지만. 그는 정말로 그를 다른 지구인들과 똑같이 대하려 했다.
이유도 알 수 없이 세계가 같은 시간을 수십번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회귀 후 시간대의 17살 때. 서서히 ‘회귀 전'의 기억을 되찾은 이들은 마법사의 직감으로 ‘우리', 그러니까 같은 학년의 호그와트 학생들이 원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그 뒤로 수년을 걸쳐서 고대 설화에서 시간을 조작할 수 있다는 시계의 이야기를 건져냈다. 그리고 곧 그것이 비정상적으로 반복되는 시간, 또 일그러진 시계 축을 나타내듯 산발하는 자연재해와 크리쳐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졸업 후 각지로 흩어졌던 동창생들을 이곳, 호그와트로 다시 모인 이유였다. 그들 자신 중 누군가를 닮은 괴생물체, 크리쳐와 싸웠고, 지난하고 복잡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시계를 완성했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이 걸렸지.’ 수십 년을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어떤 행성을 찾아 헤매고 있는 과학자, 코델리아는 그럼 감상이었다. 그러니까, 지구에서 어머니의 태를 빌어 태어난 게 확실한 데도 자신은 외계인이며 자신의 고향을 찾아 돌아가야 한다고 확신하고 있는, 자칭 외계인 코델리아, 의 생각은 그랬다. 자신은 기약 없이 헤매고 있는 것 아니던가? 적어도 이번 일은 찾아야 할 목표의 정체도 명확했고, 시간과 장소도 제한적이었으니까.
그러나 코델리아도 시계의 완성이 퍽 만족스럽기는 했다. 시간을 더 낭비할 수 없었던 것을 차치하고,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성취감을 주었다. 환호성을 내질렀던 다른 지구인들만큼은 아니었겠지만. 외계인은 자신이 성공할 것을 믿은 동시에, 인류 또한 답을 찾아낼 것을 알았었다. 기쁨의 순간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완성된 시계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투표를 했을 때, 코델리아는 망설이지 않고 시간을 되돌린다는 안에 표를 던진 것은 그런 생각의 일환이었다.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인류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인류를 관찰해 온 ‘외계인', 코델리아는 확신했다. 그는 솔직히, 많은 지구인이 자신과 같은 방법을 선택할 줄 알았다.
지금 영국 마법 사회는, ‘혈통'이라는 차별을 자신들의 권력으로 휘두르는 ‘죽음을 먹는 자'들이 승리한 세계였으니까.
그러나 압도적인 표결은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우리는 후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시간의 축을 건드려, 계속 과거로 돌아가던 연결고리를 없애고, 종말로 짓쳐 드는 자연재해를 종식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새겨진 그대로 진행되도록 하는 방법이 선택되었다. 그들은 더 이상의 되감기는 없어야 한다고 확신했다. 코델리아는 불만은 없었다. 제기할 이의도 없었다. “지구인"들이 그렇게 결정했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그들이 살아갈 세상이니.
‘친우의 죽음, 고통, 두려움과 상처, 흉터. 그 모든 노력 끝에 주어진 것은 결국 불평등한 현실이라는 것이군.’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러나 그렇게라도, 세계는, 지구는, 인류는, 마법사들은 다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아마 역사에는 그렇게 기록될 이야기겠지. 코델리아는 마지막으로 검은 강물과 별빛이 내리는 하늘과, 아름다운 성채를 바라봤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이 할 일은 없다. 다시 자리로 돌아가, 우주 저편으로, 더 멀리, 더 빨리 나아갈 방법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것. 그것이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목표가 되었다. 지구인들이 선택한 희망에 더 이상 내가 입을 얹을 필요는 없다. 인간들은 이런 세계에서도 살아갈 것이다. 오로타도 그럴 것이다.
희미한 믿음. 그리고 푸른 눈과 밀색 머리카락을 가진 또 다른 마법사이자 과학자인 동창 -그가 회귀했음을 깨달을 날 코델리아에 화를 내고 절교를 한 후로 코델리아와 오로타 사이에 남은 단어는 이것뿐이었다.-을 떠올리며, 코델리아는 순간이동을 했다. 머글의 세계로. 별의 세계로.
“코델리아, 우리에게 이 이상의 회귀는 없지. 어떤 선택도 돌이킬 수 없게 될 거야.”
“...”
“그렇다면 이제는 안전한 판단을 하는 것이 어떠니?”
“회귀와 내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무슨 연관성이 있지?”
“…”
“...”
“그래,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구나.”
그리고 멈칫, 다른 마법사들이자 동창인 이들 뒤를 따라가던 푸른 눈의 마법사는 그 기척을 느끼고 돌아봤다. 이제는 아무도 없는 검은 호수의 조용한 호수 변. 그는 녹색 눈을 가진 과학자, 코델리아와 다르게 시간을 돌리지 않는 것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바뀔 것이라면 지금도 바꿀 수 있을 거야.’
기어코 과학과 마법을 접목해 시대를 앞서나가는 ai, 코퍼스큘을 만들어낸 과학자, 오로타 미로호바는 그렇게 말했다.
오로타는 곧, 자신을 기다리는 마법사들에게 손을 휘저어 인사를 했다. 이 정도면 자신의 일도 끝났다, 그뿐이었다. 이어서 지팡이를 흔들고, 순간이동을 한다.
이렇게 코델리아도, 오로타도. 모두 제자리로 돌아간다… 각자의 영역으로.
☆ ☆ ☆
시간은 계속해서 흐른다. 마법 세계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머글 세계는 쉬지 않는다. 코델리아는 아쿠아넛이자 과학자로 활동하던 해저 연구기지를 떠나서 다시 우주를 연구하기 위해 NASA로 돌아가고, ‘불필요한' 약혼은 파기했다.
그에게 남은 것은 결국, 그 자신이 별로 향한다, 그뿐이었다.
오로타, 그조차 떠나간 옆자리는 없는 것이다… NASA에 연구자 자격으로 돌아간 그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추구하고,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직접 우주로 나가는 것보다 머글들이 더 먼 곳으로 유인우주선을 보낼 수 있도록 기술과 지식을 쌓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 생각했다. 그가 쏟아내는 논문과 연구는 머글들의 과학을 발전시켰고,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물론, NASA를 비롯한 지구의 다른 과학자들의 목적은 다른 것이었지만.
미래를 향한 변화의 최전선 중 하나에 서서, 과학으로 시공간을 가르려 한다. 새로운 우주, 더 넓은 지평, 시공간을 파헤칠 과학의 힘. 모든 것은 수단일 뿐이지- 코델리아는 자신의 별을 찾는 것이 목표였으니.
자신이 진정으로 속할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코델리아는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각자 주어진 자리가 있는가?’, 그렇다면 네게도 그런 자리가 있는 건가? 코델리아는 떠나가는 오로타의 행적을 짚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코델리아는 그가 속해있는 연구소를 알았고, 그곳 또한 인지과학 분야에서 과학 발전 최전선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연구를 하는 곳임을 알았다.
☆
머글 세계로, 자신이 속해있던 연구소 - CESI으로 돌아간 오로타는 일상을 영위한다. 그는 마법 세계에 주력하지는 않았으나 그곳에서 만든 인연들은 계속해서 이어졌고, 그의 연구는 계속되었다. 변화는 있었다. 그가 시계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호그와트에 갈 때, 가지고 갔던 ai, ‘코퍼스큘'과 다르게 그는 ‘인간다운 ai’를 만들고 싶었다. 빅데이터를 기반하여 완벽의 정점을 추구하던 과거와 달리. 그렇게 만든 ai는 오로타의 딸이 되었고, 그 딸은 점점 더 ‘인간다워' 졌다.
☆
코델리아는 그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직접 호그와트에서 그 효용성을 확인했던 ai, 코퍼스큘이 필요했다. 그들의 연구, 그들의 능력, 그들이 바라보는 미래에 대한 힘. 오로타의 코퍼스큘은 코델리아가 우주 저편으로 갈 가능성을 높여줄 힘이었다.
아니, 사실 그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로타 미로호바, 그자가 그곳에 있으니까. 찰나에 그런 생각이 흘러갔지만.
그것의 발전 가능성, 효율성, 그것을 만든 오로타에 대한 믿음…
그 모든 것을 싣고, NASA의 공식 협력 연락이 코델리아의 이름을 걸고 CESI의 오로타에게 도착했다. 추후 유인 우주선에 오로타 미로호바가 발명한 AI가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 코델리아 블루밍 연구원의 제안과 확신, 그것을 기반으로 한 공식 협력 요청. 코델리아는 오로타가 그 협력 요청을 받아들이지, 또는 거절할지, 그에게 맡겼다. 그에게는 그만한 능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오로타는 거절하지 않았다.
☆
몇 번의 연락을 주고받은 후 정해진 날짜와 공간.
CESI는 연구 협력을 위해 오로타를 포함한 수 명의 연구원을 선발했고, NASA 또한 코델리아를 비롯해 유인우주선과 관련한 연구를 하는 이들 몇 명을 추렸다.
넓고 하얀 직육면체의 미팅룸에 모인, 각각 오로타와 코델리아를 위시한 CESI 연구팀과 NASA 연구팀은 순조롭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기보다는 진지했고, 사명감이 가득했다. 오로타의 AI가 가진 가능성과 활용 방향은 무궁무진했고, 그에 대한 피드백과 의견을 제시하는 과학자들의 열정은 절박했다. 그들의 협력이 만들어낼 이점과 발전 가능성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었으니.
각자의 신념과 미래를 향한 청사진이 복잡하게 얽히던 때, 오로타가 단상에 나아가 발표를 시작했다. 결국 이 자리의 주인공은 그였다. 조명을 끈 미팅룸은 어둡고, 스크린이 켜진 단상만이 빛을 받는다.
오로지 발표, 그 내용에 집중하듯 코델리아가 앞을 바라보면 오로타는 그런 코델리아를 가끔 빤히 쳐다본다. 코델리아가 모르기 어려운 시선이었다. 일반적인 지구인의 시선도 민감한데, 하물며 ‘오로타'의 것인데.
하지만… 직전의 만남에서 코델리아는 오로타가 자신을 ‘떠나갔다'고 생각한다. 그가 그렇게 결정했다면, 코델리아 자신이 취할 수 있는 태도의 기준은 ‘다른 지구인'처럼 대하는 것뿐. 자신에게 붙어있던 오로타의 시선이 떼어졌을 때만 오로타를 바라봤을 뿐이었다. 다른 이의 질문에 답변할 때는 제외하고 오로타의 시선이 코델리아로부터 떨어지는 일은 드물었지만… 이 협력에 큰 기대가 없는 것일까, 오로타는 늘 짓는 웃는 표정으로 질문에 답할 뿐이었다.
발표는 계속되고,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 코델리아는 다른 이들의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거침없이 질문하며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자신이 오로타의 ai를 가장 원하고 활용 그 이후를 바라보고 있음을 숨기지 않으며.
그리고 오로타는 코델리아의 청사진에 동의한다.
“-다만,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제가 만든 AI는 아무런 내력 없이 전지전능한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정보를 토대로 완벽에 가까운 판단을 내릴 뿐. 모쪼록 우주산업 발전에 저의 AI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저는 모든 요청에 대해 협력할 의사가 있습니다.”
그를 끝으로 발표를 끝마친 오로타가 자리에 앉았다. 코델리아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협력이 시작되기만 한다면, 코델리아는 투자를 끌어다가 퍼부을 각오까지 되어 있었다. 그것의 최대 효율을 위해서. 그럴 필요도 없이 전 인류가 이곳에 자원을 쏟아 넣고 있었지만…
그 뒤로 이어진 대화는 내부적으로, 이미 서신으로 협의가 된 사항들을 기반으로 ‘반드시 성공하자'' 등 의례적인 말 뿐이었다. 이번 협력의 주요 인원인 오로타에게 여러 질문이 오가고, 수십 년을 지구인들의 사회에서 살아온바, 코델리아도 익숙하게 그 교류의 장에서 자리를 지켰다. 어린 천재로 혜성같이 등장해 지금껏 평범한 이라면 쉬이 쌓을 수 없는 커리어를 개척해 온 이인만큼, 주변에서 여러 시선과 인사말이 건네지지만, 그들의 몇몇은 명백히 ‘지식의 교류와 목표를 위한 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코델리아의 언행을 불편해했다. 코델리아는 그런 평범한 지구인들은 적당히 무시할 줄 알았다…
코델리아는 다시 한번 마련된 오로타와의 대화 시간에 무뚝뚝하게 물었다.
“나는 AI의 가능성에 대해 잘 아는 만큼 그 한계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무한한 데이터를 학습시키더라도 미로호바 씨가 원하는 '인간적인' 것은 결국 표면적인 것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 점도 염두에 두고 발전 방향을 잡고 계십니까?”
“저의 다른 연구 주제에 대해서도 해박하신 모양이군요, 블루밍 씨. 코퍼스큘은 저의 인본주의와는 거리가 멉니다마는…. 그렇다면 묻죠. 블루밍 씨에게 '인간적인' 것이란 무엇인가요?”
“당신들이 생각하는 '인간다움'이겠지요. 감정 표현, '인간다운' 말투, '틀'에 벗어나지 않는 대답.”
“표면적인 것이군요. 저 또한 블루밍 씨와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 인간다운'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오로타는 웃었다. 평범에서 벗어난 이들. “이레귤러”들의 시선이 마주친다.
“그러니 피상적인 조형에 머무르지 않도록 많은 것을 접하고, 시도하며, 노력해야겠죠.”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블루밍 씨.”
코델리아는 오로타의 눈인사를 보며 생각한다.
근본적인 인간다움을 재현하고자 하는 것. 결국 그 안에는 '인간'을 원하는 '인간'이 있지 않은가?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인간다운 '이레귤러'가 아닌, '인간다움' 그 자체다…. 코델리아 블루밍이라는 이레귤러를 떠난, 보통에 속하기를 천명한 이레귤러를 본다.
“그 시도와 노력은 과학의 발전이 될 것입니다. 나는 그 과정 중 일부라도 나의 목표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긴 것이니, 그 정도 대답이면 충분합니다. “
결국 끝의 끝, 새로운 별에 다다를 것은 나 자신이니까. 코델리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오로타의 눈을 바라봤다.
“…. 앞으로의 목표를 위해서.”
그리고 눈꺼풀을 깔아 보이며 기계적인 맞인사를 한다. 당신은 어떤 위치에 있을까, 코델리아는 생각하며 인사를 마무리하고 자리를 마무리했다.
☆
코델리아와 오로타는 그저 공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17살, 시간을 거슬러 왔음을 깨닫고 난 후 화를 내던 오로타에게, 자신은 이대로일 것이라며 웃어 보인 코델리아와- 그 뒤로 거칠게 잘린 관계. 그것을 이어 붙이기에는 둘의 만남은 지나치게 공적이었고, 사적인 장소에서도 오로타가 보인 감정은 그저 학교 동창을 대하는 느낌일 뿐.
‘아무것도 이룩하지 못한 무관심은 갈망과 분노보다 얕을 수밖에.’ 코델리아는 생각한다. 그러나 오로타가 그은 선을 넘어가지 못하는 것은 또 코델리아 자신의 선택. 그에 대해 알고 있거나 익숙하다는 티를 굳이 숨기지 않으면서도, 코델리아는 잘린 선을 잇기 위한 손은 내밀지 않는다. 그가 해야 할 일은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그저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사력을 다해 연구할 뿐.
코델리아는 우주 비행의 우주비행사이자 연구원으로, 키플레이어였고, 그런 코델리아가 오로타의 ai를 원했으니, 어쩌면 프로젝트에 관련된 NASA와 CESI는 두 사람의 우호적인 업무 관계에 늘 주목하고 있었다. 다른 그 어떤 이들보다 가장 자주 마주치고, 가장 많은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모으는 것도 둘이었기에, 이 시간 동안 둘은 서로의 일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코퍼스큘에 우주의 정보를 입력시키며 코델리아의 우주를 알게 되고, ai에 대해 질문을 거듭하며 오로타의 답을 받으면서.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마주치고, 가장 많은 해결을 해야 했던 관계. 필연적으로 서로의 세계가 겹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로타와 CESI가 협력한 NASA의 유인 우주선의 발사 하루 전.
코델리아는 평소와 같았다. 평소와 같이 완벽주의적이고 목표지향적이며 오로지 우주만 바라보는 이. 그동안의 코델리아는 지구인들과 '인간적인' 교류는 거의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료들에게 신뢰를 받았다. 오늘 동료들은 코델리아와 확인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코델리아에게 온갖 미신적인 일-기도를 한다거나, 승리를 위한 징크스라며 손가락을 고게 한다거나 등등-과 함께 꼭 성공하자는 말을 남겼다. 코델리아는 그런 지구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보면서도 순순히 따랐다. 마지막 날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세상에서, 굳이 밀어낼 이유는 없겠지. 그리고 코델리아는 자신이 맡은 임무가 인류에게 갖는 중요성을 알았다….
그리고 오로타도, 그런 ‘보통'의 동료에 합류했다. 그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사람들과 친밀해질 수 있는 보통의 지구인이었고, 프로젝트와 관련된 수많은 인원뿐만 아니라 복도를 다니며 자주 마주친 이들까지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으므로.
‘비마법사적'인 미신을 제안하며 손뼉을 치고, 기도하고, 먹을 것을 주는 지구인들 사이에서 웃으면서 코델리아를 보다가, 오로타는 뒤돌아서서 다른 제안을 했다.
-징. 짧은 진동음이 울렸다. 코델리아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펠릭스 펠리시스*라도 마실래? ^^] (*행운을 가져주는 마법의 물약)
짧은 문자 메시지, 잠깐의 고민. 목표를 위해서라면 못 마실 것도 없고, 구하지 못할 만한 물약도 아니었지만…
[거절하지.]
오로타의 ai와 함께 나가는 만큼 마법 약의 작용, 즉, 마법의 작용이 우주에서 어떤 영향을 만들지 알지 못하는데, 변수는 더 만들지 않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생각한다. 코델리아는 이어서 메시지를 보냈다. 오로타가 마법을 활용하여 코퍼스큘- ai을 만들 때 신경 쓰던 부분 아니었는가? 마법에 면역인 머글 기계를 만드는 것. 그렇지 않은 기계로 꽉 찬 머글 우주선에 생명과 미래와 수조를 얹고 우주로 날아가는 임무인 만큼 조심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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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주에서는 어떤 위협이 닥쳐도 마법을 쓸 수 없겠네.”
하나둘 퇴근하고, 둘과 소수의 인원만 남은 관제실. 창백한 기계 빛이 푸르게 음영을 만들고, 몇몇 대의 모니터만이 복잡한 프로그램을 나타내고 있는 곳. 남들이 듣지 않는 구석에서 오로타가 입을 열었다.
“그래, 우주에서 어떤 인과와 결과를 만들어낼지 모르니까. ...하지만 만약 마법사인 내가 우주에 가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 반대로 마법이 해답이 될지도 모르겠군.”
“어째서 그런 결론을 낸 거지? 아주 많은 것을 뛰어넘지 않았나.”
오로타의 눈이 평소와 같이, 웃음기를 담고 바라봤다. 무심히 자료를 정리하다가 그 얼굴을 마주했다. 회귀 후 10여 년을, 회귀 전의 20여 년을. 지금까지 겪은 두 번의 삶 모두 30년 전후를 살고 죽어버린 것을 감안하면, 절대적으로 큰 비율의 시간을 함께한 이. 이해조차 포기한 다른 지구인에 비해 오로타에게는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했음에도, 아직도 나누지 못한 순간이 많았다. 그런 생각. 답지 않은 ‘인간'다운 생각.
“그것을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데.”
쳐다본 빨간 전자시계는 우주로의 출발까지 남은 수십 시간을 나타내고 있었다. 수 시간 후면 엔진을 가동하고, 기어를 체크하며 분주해질 시간.
회귀 전과 후, 당신과 재회하기 전에 자신 혼자 우주비행사로서 달에 갔다가 겪은 동일한 기현상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가정의 근거가 있는 거구나.”
단순히 ‘그럴지도 몰라'가 아니라. 코델리아의 시선을 따라 오로타도 관제실 내부를 바라본다. 수많은 LCD 화면은 로켓의 외부와 내부, 궤도의 청사진이나 우주의 모습 등을 띄우고 있었다.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많은 전문가가 모여들어 이루어낸 결과물. 그것 중 어딘가에는 코델리아가 겪은 ‘원인 불명의 사고'에 대한 데이터도 존재할 것이다.
“그럼, 설명 대신, 권한을 주지 않겠니? 네가 그런 가정을 하게 된 사건의 열람에 대한.”
오로타의 눈은 창백한 기계 빛보다 선명하게, 그리고 그것보다 푸르게 코델리아를 ‘관찰'하고 있었다. 코델리아는 그것으로부터 익숙함을 느꼈다. 너는 늘 나를 알아내고 싶었지.
그가 달의 뒤편을 지날 때 겪은 두 번의 원인 불명 사건은 우주선 기체를 흔들고 몇몇 우주 비행사를 혼절시키고, 분명히 코델리아에게 기시감을 주는 ‘현상'을 만든 것이었다. 비록 ‘머글'인 과학자들은 그로부터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데다가, 수년 동안 그 사건을 경험한 자신 또한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읽어낸 정보량이 극히 적었지만. 마찬가지로 뛰어난 과학자이자 마법사인 오로타는 어쩌면 자신이 놓친 것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외계의 것을 닮은 녹색 눈은 깜빡이지도 않고 오로타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직접 권한을 주더라도 로그가 남을 테니, 오리온 씨에게 따로 요청해 두도록 하지. 그는 프로그램 총괄을 맺고 있으니, 방법을 알 거다.”
컴퓨터를 정리하고, 코델리아는 일어나 출입구로 향했다. “따라와.” 호그와트를 졸업하고 몸에 익힌 대로 문을 열고 기다리자, 오로타는 “고마워… 어디로?”라며 따라나섰다.
“사무실.”
긴 복도를 지나 코델리아와 오로타가 속해있는 팀 연구실로 들어서서, 그 안에 위치한 코델리아 개인 사무실로 향했다. 코델리아는 책상 서랍에서 작은 공병을 꺼내며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그의 지팡이는 오랜 세월을 같이한 만큼 닳아 있었고, 그것에 쌓인 손때만큼 코델리아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했다. 코델리아가 관자놀이에 가볍게 지팡이 끝을 댔다가 천천히 떼자, 흰색으로 빛나는 여러 가닥의 실이 흔들리며 따라 나온다. 마치 정령의 날개로도 보이는 그것을 공병에 담아 오로타에게 내밀었다.
“사건에 대한 기억이야. ‘전'과 ‘후'에 일어난 모든 사건에 대한.”
오로타는 아주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잠시 차분한 시선으로 응시하다가, 고개를 들어 코델리아를 보고, 웃었다.
“내 개인적인 의구심에 이렇게까지 해주다니, 고마워.”
코델리아는 묵묵히 지팡이를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마법은 참 멋지지 않니…”
마법과 과학이 서로를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울 뿐. 손수건에 공병을 싸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오로타는 말을 이었다.
“돌아오지 않는 편이 최상이겠지만, 돌아온다면 네 가정에 근거 하나쯤은 더 준비해 두도록 할게.”
잠깐의 숨소리 후, 오로타는 평소와 다름없는 말 하듯 인사를 건넸다.
“잘가, 코델리아.”
이럴 때의 인사말은 언제나 재회를 가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의 목적이므로.
코델리아가 우주로 나갈 때마다 오로타는 매번 작별 인사를 했고, 그가 실패해 지구의 바다로 착륙할 때마다 잘 왔어, 하며 맞이하곤 했었다. 코델리아는 그것에 “그래, 안녕"이라 답했고, 돌아올 때는 아쉽게 되었네, 라고 말했다.
그것과 같은 작별 인사일 뿐인데. …코델리아는 늘 자신이 성공할 확률이 극히 낮음을 인지하고 있는 동시에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단단한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이번에는 돌아올 길이 없거나, 또는 아주 멀고 긴 길이 되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리고 마법사의 직감은 꽤 정확한 편이었다.
“브로치는, 안 줄 건가?”
오로타는 약간 고개를 기울인 채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했다. 시간이 돌아가기 전, 그러니까 회귀하기 전, 호그와트의 졸업과 함께 오로타가 코델리아에게 건넨 두 개의 브로치는 각각 지구의 신록과 우주의 별을 닮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코델리아는 그중 지구의 신록을 지니고, 우주의 별은 다시 오로타에게 주었다… 두 개의 브로치가 다시 만났을 때는 회귀 전, 코델리아가 전장에서 사망하며 오로타에게 유품으로 남겼을 때. 그 후, 7학년으로 시간이 되돌아갔음에도 두 개의 브로치는 모두 오로타가 간직하고 있었다.
“이제 별 의미가 안 되지 않니?”
오로타가 처음 지구의 신록이 그려진 브로치를 준 이유는, 코델리아의 발걸음에 하나의 무게를 더하기 위함일진대, 코델리아는 당장 몇 시간 후 우주로 떠날 이이니. 코델리아는 잠시 손가락을 문질렀다. 있던 것이 없어진 흔적은 짙어서… 하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는 않았다. 죽기 전 당신에게 다시 준 것이므로, 결정권은 당신에게 있겠지.
“정말 마지막이라면 다른 더 좋은 선물이 좋겠는데. 내 개인실로 가자. 준비해 둔 게 있어.”
다수가 숙소로 돌아갔거나 다른 것을 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지금, 팀 연구실로 채워진 동은 적막하기만 했다. 두 과학자의 구두 소리만 들리는 복도를 지나 CESI에게 배정된 연구실 속 오로타의 개인 사무실로 들어섰다. 깔끔하게 정리를 하되, 연구 자료 등으로 짐이 많았던 코델리아의 방과 다르게 개인 짐조차 거의 들여놓지 않아 사용감까지 적은, 깨끗하고 적막한 방.
그리고 그 방 가운데 이질(異質)이 있었다. 방을 채운 하양 중 단 하나의 색.
코델리아의 고향 별과 그가 속한 은하를 상상하여 만든 천체 모형. 금속제이지만 고향별은 코델리아가 말하던 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그들의 일상은, 코델리아의 갈망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태반이 채워져 있었다. 그의 우주, 그의 별, 그의 고향. 오로타는 그 모든 것을 기억했다…
그리고 그 온갖 모습이 하나로 합쳐져 눈앞에 뚜렷한 실체로 존재하는 모조품.
“이건…”
드물게도, 말끝을 흐리며 코델리아는 눈을 크게 뜨고 다가갔다. 푸른빛- 그러나 지구보다는 녹색 빛을 띠고, 아름답게 빛나며, 그것 주위로 가득한 별들이…
“네가, 직접 만든 것인가?”
“설계도만. 주조는 위험하거든.”
“어째서? 아니, 이런 말은 옳지 않군. …고맙다.”
“먼 길 떠나는데 이 정도 선물쯤이야. “
코델리아는 손끝으로 모형을 훑었다. “마치, 선수상 같군. 목표로 이끄는 것 말이야.”
“그래, 상상도이지만 이것이 네게 이정표가 되길 바라.”
별이 그려진 브로치는 네 갈망이 꺾이지 않길 바라서 주었던 것이지. 그렇기에 코델리아는 우정을 뜻하는 두 개의 브로치를 모두 받았었다.
“어쨌든. 사실 네겐 비밀로 오리온 씨와 상의를 해뒀으니, 우주선에 싣지 못하는 건 아닐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아.”
마침, 우주선에 어떻게 실을 것인가 생각하며 핸드폰을 꺼내던 코델리아가 멈칫, 했다.
“제대로 준비된 선물이었군.”
그리고 다시 바라보는 초록별의 모형.
“이제 지구의 신록이 아니라 별을 품고 떠나게 되었으니, 이번에는 정말 성공할지도 모르지.”
그리고 이제 고개를 들어, 작별 인사의 답을 한다.
“그래, 안녕. 잘 있어, 오로타.”
오로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
그리고 시간은 다시 또, 또다시 흘러간다. 무용하게도.
다음날.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최초로 다른 “별"로 향하는 유인 우주선.
외계인은 실존하는가, 유인우주선은 시기상조인 것 아닌가, 이번 우주비행에 처음으로 도입된 신기술들- 냉동 수면과 중력을 이용한 가속 비행 등에 대한 우려와 기대…
기계음, 지구인들의 음성, 무겁게 몸을 누르는 우주복의 무게.
날은 화창했다. 태양이 밝은 어느 오후. 코델리아와 오로타는 승선과 출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다시 마주쳤지만 일과 관련된 말만 주고받을 뿐, 다시 인사를 나누지는 않았다. 작별조차 준비를 끝냈으므로.
코델리아는 소란스러운 주변 상황에 맞지 않게 기묘한 적막을 느끼며 우주비행선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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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1
Go at Throttle up
To Infinity and Beyond.
수많은 사람들이 비상을 지켜보았다. 오로타는 그 속에 있었다. 그리고, 점점, 멀어진다.
우주선은 별이 된다.
별로 나아간다.
우리는 별에 남아서 그들을 끝까지 바라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