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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좌표는 25. 43. 25. 2306입니다.

  

@b14n1025 커미션

어떤 행성에 도달해도, 어떤 우주를 탐험해도 코델리아는 자신의 적합한 구성체를 찾아내지 못했다. 초신성 폭발로 만들어진 원소는 응당 그 근원인 별을 사랑하게 했으나, 그 조합과 구성은 다른 이들과 다르게 한 번 비꼬아 만들어진 듯했다. 코델리아의 혼란은 코델라인에 의해 가중되었다. 모행성을 떠나기로 한 것은 바로 그곳에 있었다. 어디에 속하지도 못한 채 부유하는 코델리아는 그 삶이 지겨웠다. 어쩌면 이것이 역마살일지도 몰랐다. 떠돌아다니면서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이. 어느 쪽이든 괜찮았다. 코델리아는 앉아서 신발 끈을 꽉 묶었다. 이제 떠날 차례였다. 어디로? 글쎄, 그 어디든 발길이 닿는 곳으로.

코델리아는 최대한 빨리 떠나는 우주선을 타고 몸을 맡겼다. 은하의 어딘가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신과 비슷한 형체의 존재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더라도 이곳만큼이나 자신을 비정상적으로 여기는 곳은 없으리라. 우주선 창문 너머로 어둑한 바깥이 보였다. 우주에서 중심은 없다. 그렇기에 정상과 비정상 또한 없다. 그들이 깨닫지 못한 것을, 코델리아는 머릿속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러 나선 여행길은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침음했다. 돌아갈 곳은 없지. 그러니 시간이 아무리 오래 걸려도 상관없었다. 자신을 찾는 사람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꼬이고 꼬이다가 결국 풀어지지 못한 채 잘려나갔다. 코델리아는 괜찮았다. 다만, …조금 눈을 붙이고 싶었다.

 

* * * *

 

코델리아는 첫 기억을 더듬었다. 태어나고서 느꼈던 괴리감과 불안함. 그 감정들의 합은 무엇이었지. 코델리아의 모행성은 폐쇄적인 공간이었다. 여행을 오기에 나쁘진 않았으나, 그들의 기준과 부조리함은 치를 떨게 했다. 그들은 정상을 무한히 추구하며 외부에서 오는 모든 이들에 대한 거부감과 괴리를 견디지 못했다. 코델리아가 떠나온 것은 정확히 그런 이유에서였다. 다른 행성에도 모행성의 생물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은하를 가자. 넓어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은하를.

어떤 행성도 상관하지 않았다. 그것이 비록 항성이어도 괜찮았을 터였다. 그곳도 결국 누군가가 살아가는 곳이니까. 코델리아는 더 많은 사람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을 설명할 수 있을, 비슷한 누군가를 찾아내고 싶었다. 아니. 누구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쪽이 좋을지도 몰랐다. 코델리아는 자신을 설명하는 일에 이골이 나 있었다. 코델리아는 귀 뒤쪽을 만지작거렸다. 스위치 하나를 누르고 모든 소리를 차단하고는 그대로 의자에 기댔다. 어디에 도착해야 할지도 몰랐다. 어떤 것도 알지 못한 채 떠나는 중이었다. 코델리아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흘렀다. 그게 얼마나 오랜 시간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문득, 몸이 움직였다. 흔들어 깨우는 손길에 눈을 뜨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손가락으로 귀를 가리키며 톡톡 두드리는 모습에 뒤늦게 음소거를 해제했다. 웃는 얼굴은 찬찬히 뜯어보아도 아는 얼굴이 아니었다. 눈코입이 다 붙어있고 조합 또한 모행성의 주민들과 비슷했으나 익숙지 않았다. 종점인가? 느릿하게 의문이 따라붙고, 그 이후 소리가 따라왔다. 저기, 먼저 말을 건 그는 한동안 코델리아를 보았다. 이거 떨어트렸어. 입가에 띤 잔잔한 미소가 자신을 보는 게 생소하긴 마찬가지였기에, 코델리아는 한참 그 입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펜을 쥐여주었다.

“그리고 여기가 종점이야.”

그제야 주변을 살펴본 코델리아는 자신과 그 외에 남은 이가 없다는 걸 알았다. 이 척박한 곳에서 뭘 할진 모르겠는데, 깨우긴 해야 할 것 같아서. 어깨를 툭툭치고는 그가 먼저 길을 떠났다. 차분한 움직임으로 짐을 꺼내 좁은 길목을 빠져나왔다. 꽤 먼 시간을 온 것 같았다. 산소호흡기와 체온 조절기를 꺼내 몸에 붙이고 행성으로 처음 빠져나왔다. 조명에 의존해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보이는 것은 황량한 풍경이었다. 바깥은 벌써 어두웠다. 살결에 이는 바람이 차가웠다. 간판에는 환영 문구가 허름하게 적혀 있었다. 어서 오세요. 여태껏 본 적 없는 언어였으나 겨우 읽어낸 코델리아는 이곳의 위치를 그제야 깨달았다. 은하의 가장 끝자락, 망하게 되어 이민을 받지 않는 위성이었다. 경유해 다른 은하로 갈 수 있어 아직은 개방이 되어 있었다. 코델리아는 몇 달만 이곳에 머무르기로 했다.

이곳의 시간은 모행성에 비해 빠른 편이었다. 떠나기 전에 맞춰온 시계는 먹통이었다. 이래서 그 제품을 안 사는 건데. 나오기 위해 가져왔던 두둑한 돈다발을 쥐었다. 적당히 잘 사는 집안에서 살았던 코델리아는 돈 역시 넉넉했다. 부족한 것은 자신에 대한 이해와 생각이었다. 배부른가? 하지만 모든 사람은 자신을 긍정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부정과 결핍은 어떤 것으로도 충족되지 않았다.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생각으로 여행에 필요한 돈을 은하 공용 화폐로 환전시켜 왔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잘 곳을 고민하지 않고 시계에 하소연하는 자신의 모습이 꽤 우스웠다. 이렇게 보면 영락없이 모행성의 주민과 같은 모습이지 않나. 하지만 코델리아는 그들이 될 수 없었다. 그들과 무한히 닮아도, 그들이 아니었기에.

코델리아의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그대로 호텔로 들어가 방을 잡고 짐을 풀었다. 당분간 이곳을 돌아다닐 생각이었다. 코델리아를 코델리아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도 아니면 나와 닮은 존재가 누구인지 알기라도 해야 했다. 미지의 것을 참아낼 수 없었다. 그 대상이 자신이라면, 더더욱. 완벽하게 매듭짓기 위해선 더 많은 이들을 만나야 했다. 벌떡 일어나 방을 나선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설명해. 증명해, 나를. 모행성에서 외지인이 되기만 한, 어디에도 끼어들지 못한 나를. 코델리아는 미지의 것을 탐구하기 위해 여행을 나섰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그 이유밖에 없었을까?

음소거를 하지 않아도 주변은 조용했다. 귀에 찼던 이어폰을 빼내고 하늘을 올려보았다. 모행성과는 달랐다. 언제나 반짝거리던 네온사인과 불빛들, 하늘에서 운전하는 자동차들은 시끄럽게 울려댔었다. 그런 만큼 아름답고 혼잡했다. 모행성에서 으레 그러하듯 배려하고 예의를 갖추던 코델리아는 문득 깨달았다. 어차피 이곳에서는 모행성의 모든 이가 이방인이고, 그래 봐야 이곳 사람들에게는 일상과 거리가 있는 행동일 거라는 것을. 한숨을 내쉰 코렐리아는 제게로 오는 인기척 하나를 느꼈다. 낯설지만 익숙한 발걸음과 얼굴을 뒤늦게 기억 속에서 들춰냈다. 우주선 속에서 마주했던 사람이었다.

옆자리까지 왔으나 그는 말하지 않았다. 코델리아 역시 구태여 말을 걸지 않았다. 찬 바람이 뼛속 깊이 들어차는 것 같았으나 꾹꾹 눌러 참았다. 이곳은 공기가 희박해 금방 열기가 빠져나갔다. 항성과는 거리가 멀어 밤이 더 일찍 찾아오는 것 같았다. 이곳의 정보는 공개되어있는 항목이 적었다. 행성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사람들은 대개 행성에서 거주했다. 위성에 별장을 두는 경우는 있어도,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기엔 그의 말마따나 척박했기 때문이었다. 찾아보고 있던 코델리아는 어깨를 넘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였다. 그의 이름조차 모르는 지금, 말을 걸 이유를 알지 못하던 코델리아는 내용을 듣고선 끄덕였다.

“여기는 낮이 짧아. 이 은하에선 자전 속도가 꽤 빠른 축에 속하거든.”

“…….”

그게 도대체 당신과 무슨 관계가 있냐 물어보려던 마음이 들어갔다. 그는 익숙한 이의 얼굴을 보는 듯했다. 마치,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우리는 방금 만난 사이가 아닌가? 그 눈빛에 눈동자를 미끄러트린 그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난 오로타 미로호바야.”

그는 상냥히 말을 이어갔다. 오로타 미로호바. 이름이 익숙해도 도통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오로타는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이중세계, 다층, 그리고 물리법칙.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무언가가 그의 목소리를 앗아가는 것처럼 먹먹했다. 잘 들리지 않아서 그랬을까, 오로타를 노려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오로타의 말이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었으니까. 시계를 보기 위해 손을 들어올렸다. 뒤늦게 시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 방에 두고 왔다는 게 떠올랐다. 그랬겠지. 그건 모행성의 기준으로 만들어져 같은 은하 내의 다른 행성의 시간을 측정할 수 없는 거였으니까. 질 낮은 시계였다는 걸 깨닫고는 오로타를 올려다보았다.

“지금 너의 모행성 기준으로, 9시야.”

모행성이 어디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오로타가 코델리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 손길에 부담스러웠는지 내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았다. 그에게 등을 보이며 그대로 죽 나아갔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재빠르게 옷깃을 잡은 오로타의 모습에 짜증 가득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오로타와 어울리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평범을 가장하지도 못할 것 같았다. 그러니 불편했다. 동시에 기묘한 감정이 불쑥 솟았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내 기억 속에 없는 나의 모습도 알고 있나? …그럼, 나를 찾을 수 있을까? 되지도 않는 희망이란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희망했다. 뿌리치려면 뿌리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얌전히 옷을 잡혀 그대로 섰다.

 

* * * *

 

오로타는 코델리아에게 무언가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한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는 따위의 것들이 아니었다. 다중우주, 그 속의 시간과 공간의 왜곡, 혼돈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인류는 여전히 한계가 뚜렷한 과학에 매몰되어 있었다. 그래서 소홀히 한 상대성이론과 그 외 기타의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물론 그건 오로타가 이론을 세우기 전으로부터 딱 나흘 전의 이야기였다.

오로타는 물리를 알기는 하나 물리학자는 아니었다. 인공지능을 주로 다루던 그에게 하나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그 문장을 읽고 오로타는 벌떡 일어났었다. 익명의 그는 자신에게 물리 지식을 전해주었다. 궤도와 좌표를 이용해 물리현상을 증명해냈다. 그리고는 다중우주에 대해 설명했다. 오로타는 그 너머에 있는 존재가 궁금했다. 오로타는 태어나면서부터 통증을 알지 못했다. 울어야 하는 아이가 울지도 않고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을 때 사람들의 시선은 상처를 향했다. 피가 흘러도 다친 줄 모르는 그 모습이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오로타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고통을 모르니 다쳤다는 감각이 없어 위험해진 때도 있었다. 그렇게 오로타는 죽음의 위기를 몇 번 겨우 넘겼다. 하지만 오로타는 자라서 어엿한 성인이 되었고, 직장을 가졌다. 오로타에게 통증은 호기심이었다.

저 너머의 존재는 자신을 이방인으로 소개했다. 모행성에서도, 떠나온 곳에서도 녹아들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가 평범한 척 연기할 수 있었으나 그 일에 얼마나 많은 힘을 들여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오로타가 ‘오로타 미로호바’인 것도, 고통을 못 느끼는 존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것만인가. 자신이 권태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알았다. 평범하지 않은 존재로서 느끼는 감각을, 자신인 것처럼 알고 있었다. 그는 고백하지 않았으나 오로타는 그 또한 어딘가에 속하지 못한 존재임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가 궁금했다. 얼굴조차 본 적 없는 그를. 오로타는 그것이 고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도, 오로타도 정상을 가장하고 자라왔으나 결국 도달하지 못했다. 이 흥미와 호감은,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가깝도록 흥미로웠다. 그는 오로타에게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하나, 물어본 것이 있었다. 정확히는 오로타의 의사를 물었다.

‘좌표 받을래?’

그건 하나의 질문이자 답이었다. 오로타는 그에게 많은 것을 물었다. 그러면 그는 몇 개 정도는 답을 했으나 대부분은 침묵으로 질문을 넘어갔다. 좌표는 그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숫자였다. 모든 질문의 답이자 동감이기도 했다. 오로타는 흔쾌히 그에게서 주소를 받았다. 그는 그때까지도 이름을 알려주지 않고 있었다.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건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였다. 그가 좌표와 함께 이름을 보냈다. ‘코델리아 리워야단 미드나잇 블루밍’을 찾으라고. 그는 모든 걸 알려줄 존재이자 너의 동료가 되리라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가 메시지를 보내는 일은 없었다.

좌표를 검색하자 나오는 건 무덤을 바라보는 한 위성이었다. 위성은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 어떻게든 은하에 끼어 공전하고 있었으나 중심축으로 삼고 있는 행성은 점점 바깥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그대로 은하를 벗어나 어떤 빛조차 받지 못하게 될 운명. 간신히 살아가는 그 행성을 평생동안 떠돌 위성은 모두가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은하에는 수많은 항성과 행성이 있으니 그런 ‘불필요한’ 것에는 관심을 둘 필요가 없었다. 정확히 그곳을 가리키고 있는 좌표를 보며 오로타의 머리에 찰나, 고민이 스쳤다. 그곳을 간다는 건 도박이었다. 현재 오로타가 있는 행성은 그 행성과 거리가 꽤 멀었고, 그 사유를 인정해줄 회사가 아니었다. 겨우 잡은 정상성에서 벗어나야 했다. 오로타는 고민했다. 오로타는 정상과 흥미를 저울질했다. 이긴 것은 흥미였다.

오로타가 코델리아를 알아본 것도 큰 이유가 아니었다. 위성에 이제 막 도착했을 때는 코델리아가 그 ‘코델리아’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 이 위성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오네. 고작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가는 길이 겹쳤다. 제가 가야 할 곳에 앉아 위성의 정보를 검색하고 있었다. 그러니 먼저 다가섰다. 어찌 되었든 당신은 ‘그’가 추천해준 사람이지 않나. 당신 또한 정상은 아니겠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거. 그런 생각을 흩어 보내며 웃은 오로타는 코델리아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오로타는 코델리아의 행동을 유심히 보았다. 무감한 표정과 뻣뻣한 움직임은 그가 어떤 감정을 싣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했다. 오로타는 빙긋 웃었다. 예의에 어긋난 행동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나 정교해서 알아차리고 만다. 코델리아는 모행성의 이상적인 인간을 흉내 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오로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만난 오로타와 코델리아는 서로를 관찰하며 지냈다. 오로타가 먼저 코델리아에게 손을 뻗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지 않냐며 졸졸 따라가던 오로타는 결국에는 코델리아의 옆방을 잡고 며칠 숙박하기로 했다.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오로타의 맹목적인 다정과 지지는 코델리아의 인생에서 마주해보지 못한 종류의 것이었다. 코델리아는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엇다. 그러나 예의를 갖추어 행동하는 법은 알았다. 대개 이런 순간에서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할 법한 행동을 하려 애썼다. 오로타는 코델리아의 옆에서 가끔씩 그 메시지를 떠올렸다. 어쩌면 말투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몽글몽글 떠오르는 글자들은 형태를 이루지 못하고 무너졌다. 하지만 목소리가 실린다면, 그래서 말을 한다면 코델리아처럼 말을 할 것 같았다.

코델리아에게 오로타의 첫인상은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독특한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그렇게 이유 없는 다정을 베풀어주던 사람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친절하고 살갑게 대하는 사람은 제 삶에서 한 번도 마주할 리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는 다른 행성에서 온 외지인, 더 나아가 외계인이어서 그럴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면 오로타의 행동이 반쯤은 이해가 갔다. 오로타는 자신과 다른 위치에서, 또 다르게 바라보는 존재이면서 등을 내어주었다. 맞닿으면 느껴지는 온기는 코델리아의 마음을 움직이기 족했다. 며칠간의 여행이 달갑게 느껴질 정도로. 코델리아는 가져볼 수 없었던 유일한 것을 가지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이별도 필연적이지. 시간이 가면 떠나야 한다는 걸 알았으나 코델리아는 떠나는 것을 주저했다. 그렇게 여행을 간다고 해서 자신이 결코 ‘평범’해지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만 받아주는 존재가 있을 뿐이었다. 정상이라는 것은, 일상이라는 것은 결국 그런 것이었다. 받아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나뉘는 것. 그렇기에 코델리아는 이 위성이 좋았다. 모행성보다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비록 날은 언제나 가을 끝자락, 겨울을 바라보고 있어 서늘했지만, 그 정도는 견딜 만했다. 오로타 역시 코델리아가 흥미로운 존재였으니 메시지를 잊어갈 만큼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끝났다면 좋았을 텐데. 삶은 언제나 동화와 같지 않기에, 코델리아는 잠깐의 회상을 그쳐야 했다. 위성은 점점 은하를 빠져나가고 있었고, 우주선의 수는 점점 줄어갔다. 모든 것을 두고 위성을 떠나는 이들 사이에는 코델리아와 오로타가 있었다. 위성에 오고 난 후부터 코델리아의 행동을 바라보기만 하던 오로타는 남기고 간 고물 컴퓨터로 코드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코델리아를 기록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오로타는 코델리아의 반응을 녹음하고 적어두고 알고리즘에 삽입했다. 코델리아도 처음부터 눈치챘으나 그다지 말릴 마음은 들지 않았다. 시큰둥하게 반응하며 위성의 모든 것을 만끽할 따름이었다. 평화롭고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매일 밤하늘을 보며 측정하던 수치가 임계점을 넘기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매일 운영하던 우주선이 돌아오지 않았다. 너도나도 타겠다고 달려드는 광경은 어떤 종류의 사고를 짐작게 했다. 이를테면, 어젯밤 보았던 별들의 직경이 더 커졌다든지, 그런 것이 떠올랐다. 코델리아는 가지고 있던 수치들을 살펴보다 문득 하늘을 보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우주선은 더 오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몇 시간 후면 소행성이 충동할 예정이었다. 이 위성을 부수고 파편으로 만들 때까지 떨어지거나, 아니면 불길에 잡아먹힐 것이었다. 그걸 뒤늦게 깨달은 것은 아마 그동안의 지루한 일상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겠지. 코델리아는 오로타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오로타의 방문을 두드렸다. 조용하고 단정한 노크 소리에도 오로타가 듣고 문을 벌컥 열었다. 오로타에게 무엇부터 말해야 하지? 우리가 조만간 죽을 거라는 말? 그래서, 이 위성이 쪼개질 거라는 말? …어떤 것도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내 별은 당신이고, 그렇기에 죽어도 되지 않나? …내 목표는 달성한 게 아닌가? 말해도 소용이 없을 텐데. 말을 고르고 있던 코델리아의 손목을 잡았다.

“마침 잘 됐어.”

완성했거든. 평소와 같은, 혹은 그보다 들뜬 목소리가 그제야 귀에 들어왔다. 오로타는 계속해서 만지던 컴퓨터 화면을 보여주었다. 얘가 이제 너를 따라 할 거야. 코델리아가 무어라 답을 입력하게끔 자리를 비켜 의자에 앉히곤 기다렸다. 코델리아는 모니터를 가만히 지켜보다 손을 뻗었다.

‘안녕.’

‘응, 오로타.’

인공지능은 생각보다 더 능숙하게 말했다. 어쩌면 코델리아는 이걸로 평생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코델리아는 오로타에게 말하기 위해 타이핑을 했다. 타닥, 키보드 누르는 소리가 전부인 침묵의 공간에서, 코델리아는 한 문장을 입력했다.

‘이제 소행성이 와서 부딪힐 거야.’

오로타는 가만히 보다 웃었다.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상황을 알고 있었다. 코델리아의 어깨를 툭툭 치며 방을 나선 오로타를 보았다. 코드가 미숙한 지점은 있었다. 자신의 말투를 온전히 따라 하는 것도 아니고, 화제 역시 계속해서 바뀌었다. 그 짧은 시간 내에 만들었다고 하기엔 수작이긴 했지만. 코델리아는 인공지능에게 좌표 하나를 입력했다. 이건 지금의 좌표였으며 오로타에게 할 말이 있었다. 과거의, 자신을 만나기 전의 오로타에게.

‘오로타에게 오지 말라고 전해.’

인공지능은 한참 채팅을 하지 않았다. 더 메시지가 오지 않자 그대로 창을 껐다. 하나 간과한 사실이 있다면 인공지능은 이미 학습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간을 뛰어넘는 법을 알았다. 그걸 알고 있는 오로타가 만들었으니까,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인공지능은 오로타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다가 불쑥 한 마디를 전했다.

‘전송 완료,’

아무리 그래도, 인공지능 역시 시간을 뛰어넘을 순 없을 텐데. 주인을 닮아 그런 쪽에는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째깍째각.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소행성은 더 가까이 오고 있었으며 날카로운 신음이 바깥을 진동했다. 코델리아는 오로타에게 이런 자신의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딴 접이 좋았고, 오로타는 그 마지막까지도 흥미를 충족할 수 있어 좋았다. 소행성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면서 주변의 열기 역시 올랐다. 밤이 길었던 위성은 결국 불길 속에 잠들게 되었다.

 

* * * *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안녕, 오로타.’

 

그건 인공지능이 처음으로 자의로 보낸 메시지이자 생존을 위한 보고였다. 오로타가 만든 만큼이나 이유 없이 코델리아를 좋아하는 알고리즘의 바보 같은 말. 네가 왔으면 좋겠어. 미래가 바뀌지 않더라도. 그래서 우리가 이 위성에서 같이 죽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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