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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중력의 이끌림을 무시한 채, 거스르고 거스르다가 눈을 뜨면, 어둠이 몰려온다. 온통 어둠과 빛으로 가득해서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알 수 없는 장소. 애초에 우주이니 그런 것을 알 수 없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굳이 따지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이라는 족속이다. 아무튼, 이곳은 우주고, 주변은 온통 흑빛이었다. 그림자. 혹은 그림자조차 드러내지 않는 시간대.

처음에는 꽤나 순조로웠다. 그러니까, 기체가 출발해서 우주에 도달해 지구 시간으로 2시간 정도는. 그저 우주의 길을 찾아 이동했다. 처음은 우주정거장에 도착해 우주선을 접합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렇게 되면 최소한의 안전과 탐사를 위한 준비의 초석은 마치는 게 되는 거니까. 그러니 처음은 기체를 움직여 우주정거장에 도달했을 터였다. 이게 첫 번째 문제였다. 일단 우주정거장이 보이지 않았다. 우주국의 계산에 오차가 있을 리는 없다. 애초에 계산이 어긋났다면 저는 우주에 도달하기는커녕 우주선과 함께 폭발해 이곳에 없었을 터였다. 그러니 하나의 엄청난 오류가 있음은 분명했다. 그렇기에 통신을 연결해 도움을 요청하고자 했다. 두 번째 문제는 이곳에서 나타난다. 통신이 미묘하게 먹히지 않았다. 지구와 우주에 있는 저를 연결해주는 유일한 통신망이 먹통이었다. 처음, 우주에 도달해 첫 통신을 취했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히 소통이 되던 창구였다. 하지만 우주정거장도, 위치나 길도 찾지 못한 지금. 기가 막히게도 통신이 되지 않았다. 정 안 되겠다 싶어 이번에는 스스로 기체를 움직이려고 한참이다. 세 번째 문제는 방금 발생했다. 기체도 제대로 움직여지는 기색이 아니었다. 어쩐지 고장이 난 것만 같은, 묘하게 자아를 가진 건지 잘 모르겠지만, 유유하게 스스로 움직이는 것만 감각이 일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저는 지금 우주 미아가 될 만한 상황을 앞두고 있었다. 혹은 우주에서 길을 잃은 것이기에 사망선고가 내려지기 전이거나.

기체 점검은 완벽했다. 모든 상황이나 전제가 완벽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장소가 우주이기도 했다. 애초에 우주에 도달해서 이렇게 순식간에 모든 것들이 먹통이 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혹은 천문학에서나 다룰 확률을 제가 뚫었거나. 그런 의미에서, 사태는 온전히 절망적이었다. 적어도 위기 상황에서 먼저 할 일 세 가지가 전부 막혀버린 셈이 되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급박함, 그리고 초조함. 지금은 글쎄, 해탈에 가까웠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식량은 어느 정도로 남았다, 이런 것을 논할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은 사용할 공기가 어느 정도로 남았느냐의 문제에 가까울 테다. 모든 것을 포기하기에는 이르지만, 그렇다고 무언가를 하기에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태.

그러니 무력한 인간은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기 시작할 뿐이다. 쉽사리 오지 못하는 우주의 풍경. 온통 어둠으로 휩싸인 것만 같은 주변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 저 멀리까지 보이는, 결국 말로 설명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림자를 닮은 어둠. 어쩌면 제 무덤이 될 수도 있는 공간을 풍경 삼아서, 기체에 탄 채 유유히 우주룰 유영했다. 또 언제 이렇게 여유롭게 있을 수 있을까. 확실히, 블랙홀을 만난다거나 우주 쓰레기를 만난다면 지금 즐기는 여유조차 사라질 예정이었지만. 지금 닥친 일에 이 일까지 온다면 그것은 정말 저를 향한 억지일 거라고 생각한 것도 별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상상이 무색하게도, 통신이 끊긴 채 존재하는 지금은 고요하기만 했다. 그래, 차라리 이곳에서 눈을 감게 된다면 지금껏 삶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여유를 즐기다가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그렇게 마음먹은 참이었다.

 

어둠 밖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 속, 무언가 보였다.

지금에서야 생각한다. 저건 빛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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