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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듯이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것은 제 의지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먹통이 된 기체가 의지를 가진 듯, 혹은 제 의지를 따르는 듯 서서히 그 빛에 다가갔다. 닿으라며 어쩌면 기도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 기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착실하게 그 빛에 다가가고 있었다.

잘 보이지 않던 모습은 서서히 형태가 갖추어지기 시작했다. 빛의 무리였던 것은 어느새 하나의 개체로, 그리고 개체는 또 인영으로 바뀐다. 인영? 수만 가지 생각을 하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 그것이 정말, 지구에 있을 법한 한 사람의 형태가 보였다. 이 넓은 우주에 인간으로 추정되는 존재를 발견한 건 다행인 걸까, 혹은 위기인 걸까. 혹은 고립에 미쳤다고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가 쉽게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은, 저 존재는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를. 눈이 마주친 것처럼. 아니, 눈이 분명히 마주쳤다.

온통 어둠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 우주에서, 이질적으로 빛나는 존재. 하얀 머리칼, 하늘을 닮은 푸른 눈. 날카로운 눈매를 가졌지만 온화한 표정을 가진… 사람. 적어도 저에게는 그런 모습으로 보였다, 그가.

기체에서 내리는 건 큰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존재는 저에게 손을 내밀었으며, 저는 그에 응해 그 손을 맞잡았을 뿐이다. 왜인지 그 행위까지 이어지는 데에는 고민이 없었던 것 같다. 본래의 저라면 수많은 의심과 갖은 생각들, 그리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며 계속 기체에 존재했을 터였다. 그러나 그러지 않은 채, 그 존재가 뻗은 손을 잡고 말았다. 아주 당연하고 마땅하게 이루어졌어야 하는 일처럼. 순식간에 진행되는 일은 조금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길을 잃었나요?”

“…….”

“왜 대답이 없지. 아, 그렇지. 낯설겠네요. 음…. 안심해요. 나름 안전한 장소에, 해치지 않으니까.”

“넌, 뭐야?”

처음부터 다소 직접적인 물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건 당연한 처사였다. 손을 맞잡고 있지만, 그것이 친밀감의 의미는 아니었음을 표현했다. 외계 생물도, 혹은 미확인 개체도 아닐 존재가 마주 보고 있으면 이것은 당연한 반응이 아니던가? 제 앞에 있는 존재는 조금은 난처한 듯 웃으며 말을 이으려는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 개체에게로 향했다. 관찰하는 것만 같은, 그런 감각을 상대는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시선의 끝은 일련번호였다. 그 일련번호가 보이고 나서야 상대의 몸, 그러니까 기체가 눈에 들어왔다. 안드로이드. 일련번호를 보아하니 이 우주에 도달한 지 꽤 된 것만 같은 구형의 안드로이드였다. 정체를 깨달으니 이야기 또한 알아차리기는 쉬웠다. 아마 우주 탐사 목적으로 우주에 보내졌다가, 그대로 통신이 끊어졌거나 길을 잃어 실종 처리된 모양이겠지. 아무래도 이쪽도 목적을 잃고 탐사를 멈춘 것 같았다. 그러니 이곳에 멈추어서 있던 걸 테니까. 적어도 익숙한 존재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 상황인가 싶었다.

그나저나 왜 저를 불렀는지는 모를 일이다. 본인을 회수하러 온 사람이라고 생각한 걸까.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상당히 태연한 기색이다. 안드로이드는 감정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회로가 존재하니 저를 보고 따질 수도 있는 일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이 안드로이드는 평이한 낯으로 저가 말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그것도 꽤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안드로이드?”

“답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맞혔네요. 네, 맞아요. 안드로이드.”

“…하여간. 물어도 답해줄 수 있는 건 많이 없을 것 같네.”

“피곤하게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건 편하네요.”

천연덕스러운 말이 이어지고 한동안 정적이었다. 이 안드로이드 또한 저를 불러낸 이유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지, 그저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한데, 시선이 느껴지니 오히려 부담스러움이 커졌다. 이곳에서 길을 잃은 목적이야 뻔하다. 딱히 자질구레하고 형식적인 질문은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상, 이 넓고 넓은 우주에서 길을 잃은 경위를 설명하다가 우울해지고 싶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까웠을지도 모르겠다. 뭐, 우주란 그런 거니까. 고독하고도 그만큼 찬란한 장소. 여전히 찬란하다는 말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잠시간 생각하다가 단순한 질문을 하기로 했다. 과거가 우울할 거라고 예상된다면, 요지를 현재로 비추면 되는 것이다. 대화를 할 의무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먼저 말을 걸었다. 정말, 지금 생각해도 뜻밖의 행동에 가까웠다.

“그럼 여기에서 뭘 하고 있었어?”

“음… 빛을 보고 있었어요.”

“…빛?”

“네, 빛.”

“여기에서, 계속해서?”

“네. 계속해서요.”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말. 이에 어떤 반응을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우주에서의 빛은 당연한 일이다. 수많은 스스로 빛을 내는 별과, 그 별의 빛을 반사해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행성들이 주변을 이루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그 빛을 바라보는 것 자체는 절대로 이상한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길을 잃은 자에게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므로, 지금 제 앞에 보이는 것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어쩐지 빛을 보고 있었다는 그 말이, 어쩐지 무척이나 마음에 끌렸던 것 같다. 무엇으로 인한 것인지, 어떤 것에 화학 반응을 일으킨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빛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인 명제 하나로 감각이 달라졌다. 마음이 움직여지는 건 한순간일지도 모른다.

빛이란 무엇인가. 무엇이길래 한 안드로이드의 마음을 뺏었는가. 적어도 그 답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본래 어둠을 닮은 저이기에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빛을 동경하는 마음은 알 수 있었으나, 적어도 어둠으로 뒤덮힌 이 우주 속에서 고립된 잊혀진 안드로이드가 빛을 동경하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상 제 쪽에서 너무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제 앞의 안드로이드는 저 멀리 보이는 빛을 무척이나 기분 좋게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무엇을 상상하는 건지 알 수도 없지만, 그게 참. 행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게 존재가 잊혀진 안드로이드다. 적어도 제 임무에서 특정한 안드로이드를 찾거나, 그와 비슷한 것을 찾는 임무는 존재하지 않았다. 일말의 언질조차 없었으며, 동시에 우주국에 있을 때에도 안드로이드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으니까. 그러니 본질적으로 이 안드로이드는 이미 사람들에게 잊혀진 상태이다. 그래, 조금 심하게 말한다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은 이 안드로이드를 잊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그를 개발한 사람만이 기억하고 있겠으나, 언급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비추어 봤을 때, 힘이 없는 사람일 수도 있을 테다.

존재가 잊혀진 안드로이드에 대한 결말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은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애초에 안드로이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놀랍게도, 어릴적 해본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계기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한순간, 너무도 외롭고 쓸쓸함을 느꼈던 터라 그 감정이 기억에 오래 남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제 앞에는 정말, 그 상상의 본질이 있었다. 존재가 잊힌 안드로이드. 그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닐 텐데 태연하게 있는 건 과연 무슨 생각을 갖고있기에 가능한 걸까. 빛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단순히 빛을 바라본다는 행위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바라보고 있으면 외롭진 않냐.”

“음, 확실히 외롭긴 해요. 예전처럼 이야기해주는 사람이 있지도 않고.”

“처음 우주에 왔을 때는 누가 옆에 있었나 봐?”

“……. 그건 아니지만, 빛을 바라보게 된 계기를 선물해준 존재니까요.”

“그 존재가 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엄청난 이야기요. 우주에 존재하는 빛보다, 엄청난 빛을 품고 있는 사람이 한 말이니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대단하다면 대단한데. 온전히 와닿지는 않네. 뭐랄까. 빛을 동경하고 바란다는 그 개념이.”

“그래요? 엄청난 건데. 난 아직도 찾고 있어요. 우주의 빛을 찾기 위해서 만들어진 존재니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네.”

“우주의 빛을 찾기 위해서 만들어진 존재… 라.”

솔직히 빛을 동경하는 건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저에게 있어서는 우주를 포함해 이 세상이 온통 어둠으로 물들어 있는 삶을 살았으니까. 크게 시련이라던가, 절망적인 사건이 있던 것은 아니다. 본래 염세적인 사람으로 태어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렇게 삶을 살아가면서 사회를 겪고, 부정적인 모습을 보며 그렇게 학습된 사람. 그러니 저는 자연스럽게 어둠을 자처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에 이견은 없었다. 어차피 무언가 되고자 하는 의지도 존재하지 않았으니 그저 그렇게 살아왔다. 대부분의 사람이 보통 이렇게 살지 않나, 정말 일부의 존재들만 제외한 채.

그런 제 앞에 빛을 동경하는 안드로이드가 나타난 것이다. 빛을 동경하고, 그것을 넘어서 빛이 되고자 하는 이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어쩐지 알 수 있었다. 이 안드로이드는 정말, 빛이 되고 싶은 것이다. 빛을 찾기 위해서 만들어진 존재이니 당연한 것이라고 해도, 이게 부정적인 사람의 생각이라서 그런 건지, 혹은 저가 인류의 산물이라서 그런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적어도 그는 정말 빛을 원하고 있었다. 무언가 희망을 심어준, 빛이라는 존재라는 것에 의해서.

그저 신기했다. 아주 잠깐, 지구를 동경해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같다. 빛을 찾는 게, 사실은 저 멀리 어딘가에 있을 기원의 장소를 찾는 걸까 하는 감각. 적어도 그의 내막을 알 수 없으니 무어라 덧붙이기에는 어려울지라도. 하지만, 정말 이 안드로이드는 정말 빛을 바라고 있는 걸까. 빛을 찾고 있는 걸까. 우주에 고립되어 수많은 빛에 둘러싸여 있지만, 이 빛은 지켜주는 빛이 아닌 더 수렁으로 빠뜨릴 수 있는 것들인데. 그럼에도 그 주변의 빛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간단하게나마 응원해줄 수는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에 동참하는 건 제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애초에 불가능한 일을 꿈꾸는 것을 도와준다니, 쓸모없는 일이 아닐 수가 없지 않나. 아마 이렇게 생각 회로가 돌아간 이유는, 지금 저가 우주미아가 되었고, 돌아갈 곳이 있으나 갈 수 없기 때문에. 그러니까 나름의 희망을 잡고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정말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뭐, 제 안에 설마 빛을 찾고자 하는 희망이 남아있을 리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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