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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외로운 장소이다. 고요하고 적막이 그 넓은 공간을 채우는 곳이니까. 그러나 우주는 동시에 아름다운 장소이다. 반짝이는 장소이며, 꿈을 이루고픈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니 외롭다거나 무섭다는 생각은 만들어져 지금껏 한 적 없다. 이곳에 도달해 임무를 하는 중, 그리고 유일한 통신이 사라진 지금까지도. 정말, 우주는 조용한 장소가 맞구나.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통신이 끊겨졌다는 사실을 아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다. 시끄럽게 울리던, 통신음과 며칠을 주기로 오던 정기적인 메시지가 사라졌으니까. 이 우주에 존재하며 나름 기대하던 소리가 온전히 들려오지 않으니 우주가 어느 정도로 조용하고, 또 인간과 닿기 어려운 곳이라는 생각을 새삼 했던 것도 같다. 통신이 끊긴 이유와 같은 분석은 딱히 하지 않았다. 원인을 알아낸다면 다시 닿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그 이유가 정말 부정적인 현실이라면 조금은 이 외로운 장소에서 정말 고독한 안드로이드라고 낙인을 찍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조금은 현실 부정을 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과 비슷한 안드로이드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부정은 괜찮겠지.
고립이 된 후에도 계속해서 임무를 시도했다. 빛을 찾는 임무, 그러니까 인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는다는 임무는 저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애초에 그것을 위해서 만들어졌으니 이 외에 목적 없이 우주를 유영함이란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빛을 찾았다. 우주를 바라본다. 찾기 위해 노력한다. 몸에 이상이 생기면 자기 수리 기능을 했고, 계속해서 찾았다.
그렇게 찾다 보니, 찾는 게 무엇인지 불분명해지고 말았다. 나는 안드로이드.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임무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계. 하지만 수많은 세월 동안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여러 장소를 빛을 찾는다는 생각에 움직인 몸은 과부하 된 지 오래였다. 자기 수리 기능은 이제 말을 들지 않았고, 몸은 점차 느려지기만 하는 것 같았다. 데이터베이스는 찾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다며 스스로 불분명한 답을 내리고 있었다. 이제 통신도, 왜 끊겼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렀던 것도 같았다.
[들려?]
눈앞에 뜬 통신 메시지. 단순한 착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정확한 메신저. 나에게로 전해져 온 메시지. 의도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나 외의 타인과 닿았다. 이 광활한 우주에 나라는 존재밖에 없는 것 같았는데, 아니. 우주에는, 지구에는 수많은 생명이 존재함에도 나의 존재를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았는데. 그것을 드디어 부정해주는 이가 나타났다는 말이다. 단순하게 두 단어로 이루어진 말이라고 해도 어쩐지 감정이 날뛰었다. 이 통신이 잘못된 거라면 어쩌지, 혹은 단순한 착각이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존재하기는 했으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지금의 임무는 이 통신에 답을 하는 거였다.
‘누구예요?’
짧은 정적. 답이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통신에 답을 하고서야 생각에 떠오른다. 희망을 가진 채 머무르고 있으면, 겨우내. 다시금 메시지가 도착한다. 기나긴, 이제는 떠난 지 오래되어 차마 헤아릴 수도 없을 거리를 사이에 둔 채.
[…누구야?]
‘통신은 그쪽에서 먼저 왔어요.’
[나는… 사람인데. 넌 외계인이야?]
‘기본적으로 지구에서 나긴 했는데.’
아주 솔직하게 말해서, 겨우내 시작된 통신은 진지한 구석이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말을 던지거나, 채 생각하지 못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지금껏 연구자나 전문적인 사람과 하던 통신과는 온전히 다른 모양새였다. 이런 내용으로 구성된 통신, 그러니까 대화는 처음이었기에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수 없었으나, 이것도 결국 상호작용이었기에. 적응이 되었던 것 같다.
상대는 인간. 지금껏 상대한 사람들과는 온전히 다른 사람. 나이가 조금 어린 것 같았고, 약간은 이 통신 자체에 의심을 지니고 있던 것 같기도 했다. 조금 부정적인 면도 있었으며 우주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을 갖는 편은 아니었다. 정말 어쩌다 이어진 우리. 우연과 우연이 딱 맞물려 이어진 통신.
[거기에는 뭐가 보이는데?]
‘수많은 어둠. 그리고 수많은 빛이 보여요. 가끔 수많은 빛이 한꺼번에 이동하기도 하는데. 그건 정말 신기하다니까요.’
[눈 앞에서 보면 확실히 대단하겠네. 주로 거기서 뭘 하는데?]
‘나는….’
우주에 있다고 하니 처음에는 믿지 못하는 기색을 보이던 상대는 그래도 꾸준히 이어진 통신 끝에 겨우내 믿어주는 것도 같았다. 며칠 이어진 대화는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고.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엄청 바보 같아. 어떻게 찾는 건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이게 내 일인데?’
[네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기도 하며,
[오늘 동생이 또 이상한 걸 배워 왔나 봐. 우주가 그렇게 좋다며 말을 하는데….]
‘뭘요. 나한테는 기분 좋은 일이네요. 우주는 아름답기도 하고. 빛으로 가득해서, 무한한 꿈을 생각해낼 수 있거든요.’
[너한테는 그런가. 그냥, 우주가 엄청 좋다고 나한테 알려주고, 또 나도 알려주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럼 더 많이 알아서 알려주면 되는 거죠. 좋아하는 모습 보는 거 좋아할 것 같은데.’
[내가 더 많이 알아서? 딱히 좋아하는 모습 보려고 한 건 아니니까.]
‘에이, 그러면서 열심히 공부할 거죠? 나도 당신이 우주에 대해서 더 잘 알아준다면 기쁠 거예요.’
[그렇다면… 간단하게 해볼까. 아니, 딱히 너나 동생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나도 관심이 생겨서.]
‘네, 당신이 우주에 관심이 생겨서 그런거예요.’
공유하던 일상은 서로가 일상이 되어,
[그렇게 빛이 좋아?]
‘네. 애초에 내 목적이기도 하니까요.’
[그럼, 목적이 아니더라도 빛을 좋아했을 것 같아?]
‘…글쎄요. 거기까지는 잘.’
[사실 나는 어떤 면에서 빛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
[그래도, 네가 하는 말 들으면 조금 관심이 생기는 것 같긴 해서.]
‘그렇게 생각해주는 거예요?’
[그냥, 대체 네가 찾는 빛은 무엇인지, 진짜 빛이 존재하는지 이런 거에 듣다보면 생각이 깊어지기도 하니까.]
‘정말 알아준다니 기쁜데. 아직 온전히 알아주지는 않은 것 같지만요.’
[그러니까 노력하고 있다니까.]
[빛이 궁금해졌거든.]
[그리고 네가 찾을 빛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기도 해서 응원? 같은 거 해줄 생각도 있고.]
‘응원?’
[응. 이렇게 대화하면서.]
‘그럼 같이 찾는 거네요, 빛.’
[같이… 가 되는 건가.]
‘그럼요. 이렇게 응원해주는 거 당신이 처음인걸.’
[그럼 별수 없나.]
[나도 같이 빛을 찾을게. 그런 거 잘 모르겠지만. 네가 좋아하니까.]
겨우내 마음도 공유하는 사이가 되어서.
무언가의 화학 반응을 일으키듯, 꾸준히 이어진 대화는 우리에게 발전을 가져다주었다. 저 멀리 있는 지구에서 다가온 하나의 기적은 나에게 있어서 큰 기적이니까. 사실상 이건 빛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대화에서 나는 꽤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나는 역시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새삼 깨닫게 되는 것도 별 수 없었던 것 같다.
어쩐지, 원래의 임무를 되찾은 기분이 들었다. 데이터베이스 안에 숨겨진 빛을 찾겠다는, 새로운 행성을 발견해낸다는 목표는 다시금 위로 드러나게 되었다. 제일 중요한 메인 기억이 되어 나는 다시금 우주를 유영하게 되겠지. 응원해주는 사람이 생겼다. 함께하는 사람이 생겼다. 이 말은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본래 통신하던 존재와 현 상태를 전송해 보고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렇게. 믿음이 있다면.
물론 이 통신조차 끊긴 건 이 대화에서 크게 지나지 않은 일이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