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집에 이상한 물건이 생겼다. 부모님께서 가져오신 것 같은데, 도통 쓰임새를 알 수 없었다. 처음 본 물건인지라 건들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며칠 동안 그렇게 방치되었던 것 같았다. 무슨 용도인지 알 수 없는 물건. 그런 물건은 보통 금세 기억에서 잊혀지기 마련인데, 도통 이 물건은 신경 쓰여 며칠에 한 번씩은 눈길이 갔던 것도 갔다.
본래라면 하지 않을 일. 출처를 알 수 없는 물건을 사용하고 있다니, 도저히 제가 할 일은 아니었다. 아마 그때 무언가에 홀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물건을 매만지다 보니 어딘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물건이었다. 생각보다 별거 아닌 물건이었다. 애초에 엄청나거나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ㅋ 물건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용도를 알았으니 이제 관심도 사그라들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는 물건이라면, 그 너머에는 대체 어떤 게 존재할까? 상상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온갖 후보가 넘나들었다. 기본적으로는 사람. 해외에 있는 인물. 더 나아가면… 외계인? 뭐, 지구를 넘는 건 아무래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인생에 있어서 어쩌면 최초의 일탈. 딱히 해당 일을 막은 적은 존재한 적 없다고 하더라도 그래도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지라 할 수밖에 없는 생각이었다.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여 문자를 만들어냈다.
[들려?]
제가 적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터무니없는 말이다. 일단은 대화를 나누는 기계이고, 상대방이 있을까 싶어 한 말이긴 했는데, 정말 답이 돌아올 만한 말은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이 행위를 그만두고 할 일을 하는 게 나으려나. 혹시 쓸데없는 일을 한 건. 별별 생각이 들어 멈춰 있던 것도 잠시.
‘누구예요?’
답이 왔다.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를 가진 채, 그것도 꽤나 정상적인 대답이. 신분을 먼저 밝힐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왜 지금 드는 건지. 먼저 드는 생각은 답이 왔다, 상대는 누구지? 가 아니었던가. 정말 자아가 있는 존재에게서 온 답이 맞는지 의심하는 것도 겸사겸사. 컴퓨터 프로그램이 답한 게 아닌지 변별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이렇게 대화를 시작한 마당에 이런 게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따지는 건, 아마 제 성정이 이래서라고 밖에는 답하지 못해서.
의심으로 시작한 대화는 꽤 자연스럽고 편하게 이어졌다. 상대는 실존했고, 딱히 대본대로 답하는 건 아니었다. 심심풀이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기에 조금 더 놀랐던 것도 같았다. 상대방은 우주에 있는 어떠한 존재. 인간이 아니며, 빛을 찾고 있다고 한다. 저와는 온전히 다른 존재. 같은 곳에 있기에는 너무도 동떨어진 개념. 그저 다르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다르다는 건 공존하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었으므로. 그는 분명 저에게 다르고, 이해하지 못할 말들을 했으나 저에게 있어서 꽤 나쁘지 않은 말들을 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 말이 듣기 좋았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으로 점칠 된 제 생각들에 빛을 심어주려는 기분. 저는 그에 의해서 변할 수는 없었으나 달라질 수는 있었다. 아주 작고 미세한 것일지라도, 아주 조금은 이에 응원하게 되었으니까. 그게 좋았던 것 같다.
저절로 대화하는 시간은 많아졌고, 통신은 자주 시도했다. 일상을 공유하고 더 많이 나를 알려주고 그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 이야기를 하면 즐거웠고, 조금씩 세상이 트이는 것 같았다. 어린 나이의 치기인가, 혹은 중독되었거나. 그런 부류라고 하기에는 꽤나 타인이 보아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 같았다. 그래도 그 전보다는 조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덜했으니까. 그리고 정말 빛이라는 것을 한번 찾아보고 싶었으니까. 다음날이 되면 대화하는 게 기대가 되었고, 그리고 답장이 돌아올 때면 기뻐서 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실제로 보고 싶다는 욕망은 솔직히 없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멀디먼 장소에, 상대방을 부담스럽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 이런 마음 또한 속에서만. 애초에 우주에 갈 일이야 존재하지 않을 테니 희망 사항으로만 남겨두는 게 좋았다. 실제로 보고 싶다는 소망은 그저 마음속에.
아무래도 우주공간이라서 그런 걸까, 그리고 그가 우주공간에서 점차 저 먼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 이유 때문일까. 주고받는 게 통신이 점차 느리게 다가오긴 했지만 그럼에도 꾸준하고 천천히. 우리만의 속도로 우리는 대화를 여전히 주고받았던 것 같다. 이 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만나는 게 불가능하더라도, 우리는 이렇게 서로가 존재함을 서로에게 각인시킨다는 명목하에. 그렇게 계속해서.
어둠으로 점칠 된 제 삶에, 한 줄기 빛이라서.
그 통신이 끊긴 건 전혀 의도가 아니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잊혀져서, 물건이 사라져서. 그 무엇도 아닌 아주 단순한, 통신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아서. 단순하고도 조금은 허탈한 결말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저는 어린 시절의 빛을 보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