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재앙의 연원
영국 남서부의 글로스터셔주 어딘가, 코츠월드에 속하지 않고 숨겨진 농지. 불과 몇십여 년 전 어느 비겁한 마법사들이 전쟁과 멸망의 위협에서 도망쳐 이 황량한 들판으로 왔다. 그들은 세상사에 관여하지 않고, 이 땅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이곳의 어떤 사실도 발설치 않기로 결의하며 들판을 비옥하게 일구었다. 동포와 적들의 비명을 뒤로하고 맺은 단결은 이 땅을 가을이면 밀 줄기가 고개를 꺾는, 오로지 평화뿐인 황금 평야로 만들었다.
이 현상이 코델리아가 온 α 세계에도, 그가 넘어와 도달한 β 세계에도 있었다.
그러나 β 세계에는 코델리아가 도달했다는 이변이 발생했다. 길어야 300년이나 살 그들이 알았을까? 이 평화로운 땅에 하나 솟은 산속에 재앙이 잠들어 있으리라고. 불은 볏짚과 마법으로 피우고, 식량은 평야에서 일구는 그들은 자신들이 어디로 도망쳐왔는지 결코 알지 못했다.
그리고, 보신주의자들 사이에 이런 자손이 날 줄도 몰랐다.
1989년. 여덟 살 난 오로타 미로호바는 어느 날 산에 올랐다.
어린아이란 누구나 뛰어놀길 원하고, 병환으로 인해 선천성 통각 상실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게 된 애도 마찬가지로 그렇다. 물론 그건 잘못된 일이다. 며칠 전, 소년이 집 담장에 핀 장미를 덥썩 잡아 뜯어 가시투성이가 된 손을 웃으며 내밀자, 또래 아이들과 어른들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은 어땠나. 부모는 그날로 장미 줄기를 다 뽑아내 버렸다. 꺾어 부모에게 내민 장미도 손을 치료하려는 난리 통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두려움은 고통으로부터 온다. 생물의 본능은 ‘아프지 않기 위해’ 기능한다. 따라서 고통을 모르는 오로타는 또래 애들과 동떨어져 있었다. 평범하지 않았다. 고통보다 다른 가치있는 것을 중시할 수 있기 때문에 어딘가 무모하고, 맹목적이며 어긋나있었다.
물론 그것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뜻하지는 않는다. 소년은 가족과 이웃을 사랑했고 또래 집단과 어느 정도의 성격과 감성을 공유했다. 그러나 어린아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배려가 부족하고 이기적이며, 융통성을 몰랐다.
부모는 소년이 웃자랄까 걱정했다. 사회의 법규나 이웃에 대한 예절 또한 어기면 벌을 받는다, ‘고통스럽게 된다’를 근간에 두니 소년이 규칙을 체화하기 어렵진 않을까. 그런 노파심에, 어린애다울 뿐 분명 갖고 있는 인간적인 다정함을 외면해 버렸다. 소년에게 주변에게 늘 친절하고 다정하라 가르치고, 이타적이기로 회유하며, ‘인간적인 보통’을 가르쳤다. 이상행동을 보일 때는 이상하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사람에 대한 책을 한가득 안겨주곤, 바깥에 나가지 못하게 했다. 의료가 발달하지 않은 동네에서 피가 흐르는 것도 모르고 뛰어다니는 어린애는 요절하기 좋으니까. 부모가 농지로 나간 사이 몰래 뛰쳐나와 만난 친구들은 소년을 위해 그를 돌려보냈다.
그래서 호그와트에 입학하기 직전, 오로타는 아주 무료했다. 텅 빈 일상을 채우기 위해 몰래 혼자 뛰쳐나와 어른들과 아이들의 눈을 피해 산속에서 놀았다.
완만한 산길을 걷던 소년이 발치의 돌멩이를 툭 걷어찼다. 수풀 속으로 날아가 데굴데굴 구르는 모양이 지루하다. 소년은 아주 지루했다. 혼자 돌멩이를 던져 호수에 물수제비를 띄우고, 나무 열매를 따 먹고, 작은 동물들을 따라다녀 보았지만, 무엇이든 또래 애들과 어울려 놀던 것만 못했다. 작은 머리통은 의문으로 가득해졌다. 자신이 친구들과 무엇이 그렇게 달라 이렇게 된 건지…
“…앗!”
생각에 빠져 걷던 중 발밑이 빠졌다. 이 완만한 산 중턱에 갑작스레 경사진 내리막이라니, 아래로 구르던 소년은 더 가속도를 받기 전에 손 닿는 곳에 있는 나무 둥치를 붙잡고 구르기를 멈췄다. 부딪히고 찧은 곳이 아프지는 않아도 갑작스러운 낙상을 겪은 반고리관은 빙글빙글 돌았다. 죽을 뻔했다. 부딪힌 곳이 어깨와 허벅지가 아니라 머리였다면 정신을 잃었겠지. 잠시 숨을 고르며 진정한 뒤 일어나자, 흙투성이가 된 옷이 보였다.
‘몰래 돌아가려 했는데, 틀렸네. 혼나겠어.’
상처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옷 위로 피가 배어 나오지 않으니 되었다. 죽다 살았더니, 어차피 혼날 테니 아무래도 좋아져 소년은 무릎을 털어낼 생각도 없이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거인이 이 커다란 산을 크게 한입 베어 문 것처럼 패여있었다. 거대한 구덩이의 비탈길을 따라 나무가 빽빽이 자랐는데, 구덩이의 중심에 가까울수록 나무가 드문드문해졌다. 중력이 자신을 산비탈 아래로 이끌어서일까? 혹은 저곳에 무엇이든 있으리란 확신이 들어설까. 오로타는 홀린 듯 중심을 향해 걸었다.
나무가 빽빽한 숲에서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건 기묘한 일이다. 나무가 자라지 않아 동그랗게 뚫린 사이로 햇빛이 들어와 지름 10피트쯤 넓이의 아무것도 자라지 못한 땅을 비추고 있었다. 흙과 암석이 드러난 땅에 하얀, 마치 관처럼 보이는 것이 비스듬히 박혀 새하얀 햇빛을 받고 있었다. 그 주위로는 이끼조차 자라지 않았다. 동물들은 물론이고 작은 개미무리조차 일정 거리 가까워지지 않고 돌아가 버렸다. 살아있는 그 무엇도 그것을 반기지 않고 태양만 담담하고 공평히 그것을 내리쬐었다.
하얀 관 속에 창백한 사람이 있었다. 숨죽이며 다가갔으나, 그렇지 않았더라도 소년을 눈치채지 못했으리라 여겨질 만큼 그에게선 생명력이라곤 한 톨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 같은’ 사람일까?’
똑똑. 소년이 관에 난 유리창을 두드렸다.
“안녕하세요. 살아있나요?”
전혀 들리거나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오로타의 눈에, 눈앞을 두드려도 찌푸림조차 없는 눈꺼풀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혈액 대신 부동액이 찬 흰 살갗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인간 성인 남성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소년은 커다란 관을 바싹 끌어안고 귀를 댔다.
슈우우-... 스으으-...
오로타의 귀에, 얼어붙어 멈춘 심장의 박동 대신 유지 장치의 환풍음이 들린다.
그것이 오로타에겐 숨소리처럼 들렸다.
‘살아있어.’
물론, 여전히 그에게서 같은 종의 친숙함을 느낄 수는 없다.
“당신은 ‘우리’와 정말 닮았지만, 사실은 ‘우리’와 다른 거죠?”
외계인 Alien…
외계인, 외국인, 이방인… ‘우리’가 아닌 사람.
이 순간 소년은 인간의 형태를 띤, 그러나 인간 같지 않은 눈앞의 존재에게 배타성을 부여하며 자신이 막 배척당한 무리에 대한 소속감을 얻는다. 자신의 이상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모난 점이 한없이 작아 보인다. 눈앞의 그에 비하면, 조금 배우고 고치면 될 뿐이다. 남들보다 약간 유달라 이상한 어린아이는 완벽히 이질적인, 다른 세계로부터 온 존재에 만족을 느꼈다… 옅은 동질감과 함께.
흙투성이의 소년이 관을 둘러싼 황량한 10피트의 원 안에서 웃는다.
모두가 싫어하는 이 생물체가 마음에 들었다.
“또 올게요.”
냉동 수면 장치의 존재를 마을에 비밀에 부치고, 그 위치를 기억해 두기로 했다.
소년은 학교에 가기 전까지 틈이 나는 날마다 산을 올라 하얀 관을 바라보았다. 형제와 친구들의 감시를 피해야 했고, 가끔 부모의 꾸중을 들었지만 괜찮았다.
소년은 무리에 온전히 소속되기 위해 늘 가족과 이웃을 관찰하며 그들의 행동을 모방하려 했다. 그 과정은 즐거웠지만 분명 피로했다. 하얀 관을 살피는 동안에는 그러지 않아도 되어 편했다. 그러나 그 편리함은 혀에 달지만 배탈을 일으키는 불량식품과 같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소년이 남들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지속하지 않는다면 점점 더 평범함과 멀어질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 곁에 머무르는 시간을 줄였고, 기숙사제 학교에 입학한 후론 방학 때나 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머릿속 한편에는 언제나 뒷산의 기이한 하얀 관과 그 안에 든 외계인의 존재가 못 박힌 듯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수년 뒤 1997년, 7학년의 부활절 휴일. 금년의 부활절 휴일은 유독 늦었다. 오로타는 다시 뒷산 한복판에 꽂힌 관 앞에 섰다. 처음에는 관이 자신의 두 배는 되었는데, 이제는 관 속 외계인과 눈높이가 같아졌다.
7년간 오로타는 폐쇄적인 마을을 벗어나 바깥세상을 보았다. 마법, 과학, 기계공학… 이것이 시신을 담는 용도의 관이 아니라는 것을 옛날에 깨달았고, 기계장치에 어떤 기능이 있음을 짐작했다. 부패를 막는 것이든, 내용물을 잠재우는 것이든.
“안녕하세요.”
그러나 어렴풋이 짐작할 뿐 오로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는 이제 7년제 학교 졸업을 앞둔 열일곱 살 난 소년일 뿐, 관의 정체를 정확히 판단할 지식도 관을 열 기술도 없었다. 바깥세상에 이 기계장치를 바깥세상에 내보였다면 손쉬웠을지도 모르지만, 오로타는 여전히 이 외계인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답답하지 않나요? 뭐라도 말씀해 보세요.”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다. 그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
7년간 답이 돌아오지 않았으나 소년은 매번 다시, 똑같이 질문한다. 동일한 절차의 진행에 돌아오는 것은 역시 동일한 침묵. 다음으로 관에 손을 뻗는다. 분명 암호 판이든 자물쇠든 사람이 들어갔다면 사람이 나올 방법이 있을 텐데…
[-] 생체 정보 확인, 오로타 미로호바.
그때 발생한 이변. 관이 소년을 인식한다. 정확히는 ‘ β 세계의 소년 ’이 아닌 ‘ 코델리아가 온 세계의 오로타 ’를. 나이를 먹고 똑같은 생활 조건에서 자랐기에 동일한 지문을 지니게 된 성인의 오로타를 인식한다, 오인한다.
‘라이브 스캔 시스템? 불과 20년 전에 개발되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사소한 오버 테크놀로지에 놀랄 새 없이, 금이 간 패널에 자신의 사진이 떠오른다. 가운을 입은 반듯한, 지금보다 성숙해 보이는 상이. 이런 것을 찍은 기억은 없다.
[-] 홀로그램에 맞추어 홍채를 인식시켜 주세요.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의구심을 갖기에 앞서, 오로타는 파란 눈을 크게 떠 기계장치에 난 유리창을, 냉동 수면 장치의 열쇠를, 코델리아를 바라본다. 드디어 그가 깨어나는 순간임을 직감한다. 이 순간을 찰나라도 놓칠 수 없다.
[-] 홍채 확인, 오로타 미로호바. 반갑습니다.
[-] 냉동 수면 장치에 발생한 이상을 열람...
“열어.”
[-] 권한 취득자의 명령 확인. 냉동 수면 장치를 엽니다.
[코델리아 블루밍] - [33세] - [M] - [NASA] - [소속:테라포밍 연구…
시공간을 뛰어넘어 도착한, 이 우주를 멸망으로 이끌 재앙이 눈을 뜬다.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눈꺼풀이 가늘게 떨렸다. 배출음과 함께 장치에 부착된 실린더를 통해 장치를 채우고 있던 액체가 빠져나간다. 부동액 대신 혈액이 창백한 살갗을 채운다. 서서히 혈색이 오른다.
젖은 속눈썹 아래 드러난 혼몽한 눈동자는 그 빛만은 선명했다. 오로타는 녹색 눈을 바라본다. 이 외계 생명체가 자신에게 시선을 맞추길 기다린다. 소년은 이 순간 희열에 가득 찼다. 그가 마침내 고개를 든다.
“이번에도 실패인가, 오로타?”
“안녕하세요, 코델리아.”
기억보다 앳된 목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눈을 몇 번 더 깜빡이자 또렷해진 그의 상은 당신의 기억보다 어렸다. …교복을 입고 있다. 열일곱 살의 오로타가 당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전 당신의 이름을 장치로 확인했지만, 우리는 처음 만나는데.”
“마치 절 아시는 것 같군요.”
[-] Door open.
때 좋게 장치에서 가스가 사출되며 유리 뚜껑이 열렸다. 코델리아는 잠시 생각한다. 어린 목소리, 같지만 다른 외모. 자신이 환각, 환청을 보고 있는 것인가? 혹은… 꿈? 혹은 과거로 돌아왔나. 하지만- 어떻게?
“내가 너를 모를 일은 없지.”
혹은, 우주 속에서 시공간을 뛰어넘었다면… 온갖 경우의 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코델리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네요. 하지만… 아, 섣불리 몸을 일으키지 마세요.”
“제가 기억하는 것만 10년 이상 잠들어 계셨거든요. 혹은 그런 이상조차 무마해 주는 기능이 장치에 있는 걸까요?”
오로타의 눈꺼풀이 크게 뜨인다. 눈매에 조금도 가려지지 않은, 정원正圓의 파란 눈동자가 코델리아를 응시한다. 오로타가 코델리아를 바라본다. 정말 시간을 되돌아온 것 같다. 코델리아를 모른다고 말하는 오로타는, 코델리아가 아는 오로타처럼 코델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으로 파헤치고 있었다.
“아무튼. 여기 계속 세워둘 순 없으니까요.”
소년이 웃으며 시선을 감춘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온다. 코델리아는 잠시 손을 바라만 보며 스스로를 점검했다. 몸의 기능은 오랜 동결로 온전하지 못하고, 앞의 이는 정체불명의 생명체. 자신은 외계로 왔다... 하지만 지금 저 손을 잡지 않으면 무엇이 남는가. 코델리아는 계속 자신을 기다리던 손을 잡는다. 오로타의 손은 아주 뜨겁게 느껴졌다.
“차갑네요.”
코델리아 자신의 손이 너무나 차가웠으니까. 오로타는 작은 움찔거림조차 없이 온도계처럼 말했다. 코델리아가 축축한 머리를 뒤로 넘기자 오로타는 벗어놓았던 망토를 코델리아의 어깨에 덮어주고, 그를 산 바깥을 향해 이끌었다.
“가요. 강물에 빠져있었다고 하면 부모님이 방 한 칸은 내주시겠죠.”
“저건 나중에 가지러 와요.”
“부모님... 그래, 그들은 그러시겠군.”
‘이런 배려라, 오로타와 매우 비슷한 성정 또한 지닌 이인 게 맞는 것 같은데.’
코델리아는 이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살피고, 관찰하며, 정보를 얻으며 오로타의 뒤를 따라 걷는다.
“네 본가가 있는 곳이군.”
오로타는 코델리아를 이끌고 집으로 왔다. 그가 말했던 집으로, 학창 시절 익히 보아온 집으로. 노을이 지면 황금빛으로 물드는 밀밭 사이, 가족들이 기다리는, 다락 딸린 오크 통나무집으로.
그는 가족에게 코델리아를 ‘놀러 와 함께 강변을 걷다 헛디뎌 빠진 호그와트의 친구’라고 소개했다. 워낙 폐쇄적인 동네라 부모님이 경계할지도 모르니까. 코델리아는 언질 없이 추가된 관계에도 안다는 듯 묵묵히 서 있었다. 오로타의 부모님은 친구가 강에 빠지는 동안 무얼 했느냐 정감 있게 타박하곤 코델리아에게 수건을 둘러주었다.
“얘 손에 따뜻한 음식을 올려보낼 테니 몸을 씻고 다락에 올라가렴.”
그래, 방학이면 종종 그 다락에서 함께 별을 보며 잠들었었지. 코델리아는 몸을 씻고 다락에 올라와 옷을 갈아입고는, 옛일을 회상하며 다락에 난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듯 황금 밀밭이 바람에 눕고 있었다. 지극히 평화로운 곳. 어째서, 어떻게 자신은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똑똑.
“들어가도 될까요?”
“그래.”
코델리아가 옷매무시를 정리한 뒤 그러라 답하자, 오로타가 수프와 빵이 담긴 그릇을 든 채 문을 연다. 그리고 익숙하게 다락에 앉아 있는 코델리아를 바라본다.
“처음부터 생각했지만, 굉장히 많은 것을 알고 계시는 것 같네요.”
“이 집이 익숙해 보이세요. 그럴 리 없는데.”
오로타가 틀에 박힌 듯 웃는다. 코델리아는 마주 웃지 않았다. 묵묵히 그릇과 창문 밖과, 익숙하면서도 낯선 방을 한 차례 둘러보았다.
“익숙하지, 어떻게 잊겠어.”
“말했잖나. 나는 ‘너’를 안다고.”
“여태 계속 잠들어 계셨던 코델리아가 저를요? 어떻게요? 아니, 사실…”
“어떻게 저를 알았는지보다…”
“누구세요?”
